2025.06.23 (월)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 흔드는 ‘조합 주도’…삼성물산, “조건 과도” 불참

현대건설 단독 수주 가능성 커졌지만
조합 주도 입찰’에 시장 우려 확산

 

서울 강남 재건축의 대표 격인 압구정 2구역 수주전이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이 조합의 입찰 조건을 문제 삼으며 입찰 불참을 공식화하면서다. 대형건설사 중 유력 후보 하나가 이탈하면서 현대건설의 단독 참여가 유력해졌지만, 조합이 설정한 고강도 입찰 제한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 삼성물산 “조합 조건, 현실적으로 사업 수행 어려워”

 

삼성물산은 지난 20일 압구정 2구역 재건축조합에 입찰 불참을 알리는 공문을 전달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조합이 제시한 입찰 조건은 과도하게 제약적이며, 당사가 준비한 설계·금융안 등 ‘월드클래스’ 제안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합이 설정한 조건은 대안설계 제한, 금융기법 제안 금지, 이주비 조건 통일(CD+가산금리 고정) 등으로 시공사의 고유 역량이 반영될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삼성물산은 이러한 조건 하에서는 공사 품질과 사업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율성이 배제된 구조 속에서 정상적 수주 경쟁이 이뤄질 수 없으며, 무리한 조건이 되레 사업 지연과 비용 폭등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단독 응찰 가능성 커진 현대건설…시장선 “경쟁 실종 우려”

 

이번 수주전은 당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로 예상됐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이탈로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건축가 설계, 현대백화점그룹과의 연계, 안정적 금융구조를 내세우며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조합의 일방적인 입찰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는 데는 리스크가 따른다. 특히 최근 금리 상승과 자재비 인플레이션, 공사비 증가 등으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구조에서, ‘단독 수주’에 따른 책임 부담은 전적으로 시공사에 쏠릴 수 있다.

 

건설사들의 제안을 막고, 조합이 사업 대부분을 주도하는 구조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쟁 실종”과 “시장의 왜곡”을 동시에 우려하고 있다.

 

◇ 초대형 사업에 조합-건설사 간 신뢰 균열…제도 보완 필요성도

 

압구정 2구역은 공사비만 2조 7488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재건축 사업지로, 한남4구역(1조 6000억 원)보다도 훨씬 규모가 크다. 이처럼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조합과 건설사 간의 협력보다 통제와 배제가 앞서는 문화는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조합이 고급화를 내세우며 사실상 ‘건설사 무력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공사는 단순 하청업체가 아닌 사업 파트너”라며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한 입찰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조합 주도형 사업, 경쟁 대신 편향 유도 우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가 조합 주도형 사업구조의 허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입찰 마감일은 오는 8월 11일이며, 현대건설이 단독 응찰에 나설 경우 수의계약 가능성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다른 건설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는 조합 중심의 강력한 조건이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제안경쟁이 사라지고 품질과 비용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며 “조합과 건설사 간 균형 잡힌 역할 분담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