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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인과 유족 말고 누구를 위한 화장장인가?

좋은 화장장을 위해 생각할 것들

 

화장장은 고인의 육신과 영원히 이별하는 의례 공간이자 화장 장법(葬法)을 시행하는 장지(葬地)이다. 코비드 19 팬데믹 동안, 우린 화장장을 통해 참 가슴 아픈 모습을 바라보았다.

 

방호복을 입은 관리원들은 코로나 사망자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화장장의 불을 밝혀야 했다. 사랑했던 가족과 작별임에도 차가운 유리 벽을 넘어 이별해야만 했다. 과잉 방역에 논란 속에, 가로 막고 눈 가리는 화장장의 잘못된 모습이 더해져, 유족은 큰 아픔을 견뎌야 했다.

 

예전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지어진 화장장들은 단순했다. 철문이 달린 벽돌 화장로 앞에 공간이 전부였고, 여기서 고별 의례, 대기, 수골과 쇠 절구통으로 유골 빻기까지 모두 치렀다. 초라했지만 고인과 남은 이들이 이별의 예를 다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 가운데 과거의 그릇된 풍습에서 따온 “저승길 노잣돈”을 빙자한 부조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하나 큰 굴뚝에서 내뿜는 매연과 악취라는 ‘저승길 상징’은 지금까지 꼬리를 잇고 있다.

 

무공해 신형 화장로가 개발되고, 화장장 건물이 현대화되면서 화장장의 모습은 전과 다른 쪽으로 변해갔다. 부조리 근절을 명목으로 콘크리트와 유리 벽이 고인과 유족을 떼어 놓았다. 그래도 육신과 영원한 고별 예를 하는 데 필요한 고별·분향실 등은 갖추고 있었다. 유리 벽을 통해서지만, 관이 화장로로 들어가고 유골이 나오는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었다. 나름 정성껏 유골을 수습하여 건네주는 작업원의 정중한 인사도 있었다.

 

지난 20여 년 전국 화장률은 20% 대에서 90%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런데도 화장시설 증가는 44개소에서 62개소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폭발적인 수요 증가는 화장시설 부족난을 유발했고, ‘葬墓 대란’, ‘火葬 대란’이라는 어이없는 신조어를 낳았다. 대도시 화장장들은 늘어난 화장수요 대처에만 골몰하여, 화장장의 의례 공간 기능을 외면했다. 고별 의례 공간과 시간을 삭제하고, 고인과 유족 사이를 떼어놓고, 시야까지 가려 버렸다. ‘화장 시간 단축’으로 1구라도 더 화장하는 쪽으로 “올인”했다.

 

1990년대 초까지 화장장에서는 전통 상례와 불교 다비 의식이 뒤섞인 의례가 거행되고 있었다. 화장장의 현대화와 화장대란 속에 그나마 의례가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무도 그 빈 곳을 채워주려 하지 않았다. 유림의 외면 속에 화장장 의례 공백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혼란스럽던 상태는 지난 20여 년간 화장장을 새로 지은 곳에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화장장을 잘 몰랐던 공무원과 건축사는 화장문화를 배울 기회도 장소도 별로 없었다. 이곳저곳 둘러보았지만, 일본과 달리 우리는 정립된 의례나 뚜렷한 선례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제각각 다른 동선(動線)과 구조의 화장장들이 나타나고 있다. 와중에 “관리자 중심의 편의주의적 발상이자 고인과 유족에 대한 배려가 매우 부족한 화장장”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부족한 예산을 핑계로 겉모양만 현대식 화장장도 지었다.

 

전국 화장장을 전부 돌아본 결과, 근래 새로 문을 연 화장장 중에 크고 작은 결함을 안고 있는 곳이 쉽게 눈에 띄었다. 면적이 너무 좁아 현대 화장장에 걸맞지 않은 곳도 있었다. 또 의례 공간으로서의 화장장 구조가 미흡하고 고별공간이 제대로 없는 곳도 쉽게 눈에 띄었다. 대기실이 너무 좁은 데다 창문조차 없어서 답답해서 안에 들어앉을 수가 없는 곳도 있다. 영정 사진을 모실 제단이 없는 곳도 보았다. 마지막 배웅은커녕 ‘화장 유골 배급 창구’ 모습으로 비친 수골실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고인과 유족을 최우선 고려해야 하는데, 많은 부분이 관리자 중심으로 보였다. 문화, 체육,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화장장 밖은 가꾸면서, 막상 내부는 소홀히 다룬 거꾸로 된 화장장들이 너무 흔했다.

 

입구에서 고인과 유족을 매정하게 갈라놓고, 쓰지 않는 텅 빈 고별실과 로전 홀, 유족이 보고 있는데도 블라인드 커튼을 내리는 이름만 관망실(觀望室), 작은 창마저 선팅해 버린 수골실에 이르면, 과연 “누구를 위한 화장장인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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