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를 맞아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붐비는 경기 용인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에서 기본적인 소방시설이 가려지거나 설치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현행 소방법을 위반한 사례로,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이 늦어져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소화기 가리고, 비상벨 막고…곳곳이 ‘안전 무방비’
추석 연휴 첫날 찾은 죽전점 지하 하역장. 종이상자 더미와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소화기와 화재 비상벨 앞을 막고 있었다. 일부 구역은 ‘소화기 위치’ 표지판만 붙어 있었고, 정작 소화기는 빠져 있었다.

매장 내 방화셔터 주변에는 생수와 박스가 쌓여 있었고, 셔터 작동 구간에 진입로가 막힌 상태였다. 화재 발생 시 방화셔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2층과 3층 매장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일부 매장에서는 진열대가 소화기를 가렸고, 안내도와 실제 피난 동선이 불일치한 구역도 두 곳 이상 확인됐다.
한 시민은 “명절이라 사람이 많아도 안전시설만큼은 신경 쓸 줄 알았다”며 “비상구 위치조차 헷갈려 불안했다”고 말했다.

◇ 현행법상 ‘명백한 위반’…초기 대응 지연 위험 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NFSC 101)’은 ▲각 층마다 소화기 비치 ▲표지판의 시인성 확보 ▲소방시설 가림 및 적치 행위 금지 등을 규정한다.
현재 죽전점의 일부 구역은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난안내도가 실제 위치와 맞지 않는 것은 다중이용시설 관리자의 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소방안전 전문가는 “대형 유통시설은 이용객이 많아 초기 진압 실패 시 피해 규모가 급격히 커진다”며 “자율 점검 강화와 함께 상시적인 행정기관의 불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반복되는 명절 안전 문제… 제도·관리 모두 ‘뒷전’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은 명절마다 이용객이 급증하지만, 안전관리 체계는 여전히 ‘행정 서류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임시 진열과 물류 적치가 늘어나는 시기에는 소방안전 점검이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화재 대응의 핵심은 ‘예방’이지만, 유통업계는 여전히 판매 효율과 공간 활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용객의 안전권을 중심으로 한 관리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안전은 의무이자 권리”…관리 책임 실질적 강화 필요
정부와 지자체는 대형 유통시설에 대한 소방·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또 다른 소방안전 전문가는 “점검 때만 시설을 치우고, 이후엔 다시 적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시설 관리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사례는 단일 점포의 문제가 아니라, ‘명절 특수’에 가려진 대한민국 유통현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이 전문가는 “안전은 시설의 ‘의무’이자 이용자의 ‘권리’다. 가장 시민들이 붐비는 명절에는 더욱 더 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장진·안규용 기자·방승민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