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할 거야"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 대목은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는 모든 순간이 행복이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전시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2월 22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만남을 기다리는 시간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어린 왕자의 시각처럼 새롭게 삶을 바라보자는 의도를 담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1부 채지민 작가의 작품 '압도적인 벽'이 가로지르고 있다.
이 벽은 전시실 밖 유리창부터 복도까지 뻗어나가며 관객이 마치 작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작가에게 벽은 구조와 면을 나누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다. 그는 어느 순간 벽 자체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웅장한 스케일의 ‘압도적인 벽’ 시리즈를 만들었다.
‘압도적인 벽’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설치물로 만들어져 관객과 만난다.
작가는 낯설고 어색한 것들을 한 장면에 담아냄으로써 이질감이 주는 불편함을 오히려 새로운 감각으로 만들어낸다. 작가의 이런 시도를 통해 관객들이 여러 가지 추측과 상상을 하게 함으로써 자유롭게 작품을 재해석하게 한다.
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작가의 또 다른 설치 작품 ‘들어가지 마시오’는 제목과 다르게 관객이 작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제작됐다. 역설적인 설정을 통해 관객의 적극적인 행동을 유도하려는 작가의 숨은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밖에서만 볼 수 있었던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오히려 작품안으로 관객이 들어와 보게함으로써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관객이 캔버스의 경계를 넘어 작품을 즐기고 상상할 수 있게 했다.
전시장의 오른쪽에서는 함미나 작가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함미나 작가는 어린 시절 기억하는 인물과 풍경을 소재로 삼아 그림을 그린다. 모두에게 존재하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진다.
그래서 작가는 어떤 사물과 사람을 표현할 때 흐릿한 선과 색을 퍼져보이게 해 몽환적인 느낌을 캔버스에 담는다. 그럼에도 강렬한 색상을 통해 흐릿한 과거에 대한 기억 저편에 여전히 강렬하게 남은 어린 시절의 흔적을 도장처럼 새겨놓았다.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높게 느껴질 수 있는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이번 전시에 담았다.
[ 경기신문 = 이윤주 인턴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