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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시] 잠들어있던 한 예술가의 기억과 그리움, 수원에서 펼쳐지다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 한국 근현대미술전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

 

사진첩 속에는 당시의 감정과 내면이 고스란히 남는다. 가죽 표지와 48면의 검은 바탕지로 이루어진 나혜석의 사진첩에는 그의 가족과 주변 인물, 일상 속 순간들을 세심하게 담아낸 흔적이 기록돼 있었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내년 1월 11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한국근현대미술전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은 나혜석의 기억이 응고된 한 권의 사진첩에서 출발한다.

 

나혜석은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도쿄에 있는 여자미술전문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이다. 1920년 그는 여성 잡지 '신여성' 창간을 비롯해 여성으로서 국내 최초의 유화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또 남편 김우영과 세계여행을 하며 얻은 예술적 영감을 작품에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 시절 나혜석의 흔적은 한 권의 사진첩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며, 1부 '한 예술가의 사진첩'에서는 나혜석이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겪던 만년에 제작한 사진첩과 101점의 사진들을 소개한다.

 

나혜석의 사진 속 모습들은 특별히 화려하거나 인위적이지 않다. 오히려 주변인과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 느낀 삶의 온기와 관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예술가 나혜석이 아닌 인간 나혜석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전체 사진의 상당수가 가족과 관련된 이미지라는 점도 눈에 띈다. 낡은 인화지 속 흐릿한 얼굴들에서 그녀가 가족을 향해 품었던 그리움과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사진첩은 나혜석에게 관계의 기억이자,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또 사진첩 해제 연구와 보존 처리 과정도 함께 공개되면서 한 예술가의 아카이브가 어떻게 연구되고 보존돼 전시로 확장되는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2부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평범한 순간으로부터’는 나혜석의 사진첩 속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하는 가족이란 존재들을 영원 속에 담고자 했던 박수근, 백영수, 이중섭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3부 ‘여정의 어딘가에서는’과 4부 ‘나를 잊지 않은 행복’에서는 나혜석의 여행을 매개로 배운성, 백남순, 천경자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은 그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여러 시선이 얽혀 만들어내는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황서영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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