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식자재마트 화재를 계기로 경기도내 대형 유통시설의 화재안전 관리 부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겉으로는 첨단 설비를 갖춘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상구가 잠겨 있거나 소화기가 가려진 채 방치된 곳이 절반에 달했다.
지난 3일 양주시 삼숭동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불이 나 고객과 직원 등 24명이 긴급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재가 천장 내부 전기설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시설 관리 부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기신문이 수원·고양·용인·성남·시흥 등 도내 14개 지역의 주요 마트와 백화점 64곳을 점검한 결과, 총 42건의 화재안전 부적정 사례가 확인됐다. 매장 구역 33건, 하역장 9건으로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소화기 가려짐 15건 ▲소화기·소화전 표시 오류 8건 ▲비상구 잠김 3건 ▲방화셔터 라인 및 소화전 앞 물건 적치 9건 ▲기타 문제사항 7건 등이 적발됐다. 일부 매장은 비상구 앞에 진열대가 설치돼 있거나 하역장 통로가 물건으로 막혀 있어, 실제 화재 시 대피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인테리어화’된 안전설비가 문제로 지적됐다. 소화기와 소화전이 벽면 색상과 동일한 회색·흰색으로 도색돼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고급스러운 매장 이미지를 위해 안전설비를 시각적으로 숨기는 것은 대표적인 안전 불감증”이라며 “비상시 한눈에 보이지 않는 설비는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러한 실태가 일회성 점검으로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 유통시설은 외주 용역업체에 안전관리를 맡기고 있지만, 비상설비의 위치·표시·가시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기준이 부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점검 또한 서류 위주의 형식적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양주 마트 화재를 계기로 ‘설치 중심’의 소방관리 체계에서 ‘활용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테리어와 진열 구조, 고객 동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피 가능성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으며, 정기적인 안전 점검과 교육을 시행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측은 "최근 외부기관 안전 점검에서 특별히 이상 있었던 내용은 없었으며, 고객 안전을 위해 최선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의 날(이달 9일)을 앞두고 드러난 이번 조사 결과는 여전히 곳곳에 남은 화재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고음으로 읽힌다.
“불이 난 뒤에야 문제를 찾는 관행을 끊지 않는 한, 같은 사고는 언제든 되풀이될 것” 현장 전문가의 이 말이 곧 이번 기획의 결론이다.
[ 경기신문 = 박진석·장진·안규용 기자·방승민 수습기자·황민 인턴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