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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고성] 뉴욕시의 맘다니 돌풍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Z. Mamdani)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일약 정계의 기린아로 등장했다. 불과 34살이고 아프리카 출신의 인도계 이민자이자 이슬람교도이고 사회주의자임을 스스럼 없이 밝힌 그는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지이자 미국의 상징 도시 뉴욕시장이 된 것이다. 맘다니의 승리는 미국판 MZ세대의 지지와 성원 때문이라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전 세계가 보수화되고 특히 젊은 층의 보수화 내지는 극우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그것도 뉴욕의 젊은 층만은 거꾸로 사회주의자에 투표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10만 명이 이르는 자원봉사자의 열렬한 활동과 경쟁자의 엄청난 선거자금 투입에도 “정치헌금은 이제 그만” 이라고 외치는 그는 진정으로 정치가 돌봐야 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풀어내었다. 그가 공약으로 내건 임대료 동결은 살인적인 임대료에 고생하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었고 무상 버스와 무상 보육 그리고 자치구마다 상설 식료품점을 뉴욕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서비스의 확대 등은 한결같이 약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은 부유세와 법인세 인상으로 해결하겠다는 맘다니의 진정성이 자본주의의 최정점의 도시 뉴욕시에서 통한 것이다.

 

맘다니는 컬럼비아대학의 유명 교수인 아버지와 영화감독인 어머니를 둔 금수저 출신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자신과 같은 이민자, 소수자들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정체성(이민자, 무슬림, 사회주의자)을 숨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것을 생활 밀착형 진보 가치로 승화시켰다. 그의 뒤에는 민주당 내의 소수파이지만 여전히 국민의 강력한 신뢰를 받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민주사회주의자 진영(DSA)이 있다. 이들은 비록 미국에서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복지와 분배를 강화해 북유럽 같은 복지국가를 만들고자 한다. 즉, 시장의 효율성은 유지하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을 세금과 공공서비스 확대로 보완하자는 그룹이다.

 

맘다니의 선거 캠페인은 'Affordable New York'(부담가능한 뉴욕)이었다. 아무리 뉴욕시가 살인적인 생활고의 비인간적인 도시라 해도 가진 자들이 조금씩 더 부담하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따듯한 도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예비 피해자들인 MZ세대의 관심과 지지를 성공적으로 끌어낸 것이다. 뉴욕시뿐 아니라 버지니아주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진보적인 민주당 후보들이 압승함으로써 향후 트럼프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특히 보스턴 시장에는 ‘미셸 우’가 단독후보로 나와 70% 이상의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맘다니처럼 대만계 이민 2세인 미셸 우 시장은 대표적인 기후 시장으로 환경과 생태전문가이다. 그의 정책도 화석연료 사용 기업 퇴출, 도시 외곽 무료 순환버스와 같은 한결같이 시민의 생활과 가까운 진보적 정책들이다.

 

미국의 MZ세대를 일깨우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며 한국 사회의 진보 세력의 행방이 묘연한 현실이 안타깝다. 집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주택 대책이라고 하는 집권당과 수준 이하의 보수세력 속에서 한국 진보의 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하긴 한국판 맘다니를 꿈꾸기엔 여전히 내란세력이 척결되지 않고 있는 우리에게는 너무 힘겹고 복에 겨운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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