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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서 쌀을 키우다, 삼성반도체

국내 최초 넘어 세계 최초·최고로…
'지속가능성' 강조하며 상생의 길로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그 사용처가 다양한 반도체는 AI 수요까지 겹치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이 산업의 쌀은 모래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반도체 웨이퍼의 원료가 되는 실리콘이 바로 모래에서 추출되기 때문이다.

 

모래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원료지만, 이를 반도체로 만드는 과정까지는 88번보다도 많은 손길과 재료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이 험난한 과정을 지나 최초로 산업의 쌀을 재배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 바로 삼성전자다.

 

◇ '삼성전자 파산한다' 여론 부정적이었지만…

 

1974년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반도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반도체를 인수해 삼성전자 내 한 개 사업부로 운영하며 '하이테크'인 반도체를 연구했다.

 

그리고 1983년 3월 이병철 창업회장이 이 반도체 사업의 본격적 확장을 시도했다. 그러자 삼성전자의 파산을 전망할 정도로 매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당시 반도체 제조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일본 단 2개뿐으로 두 국가 모두 산업 기반이 탄탄한 선진국이었다. 전쟁의 아픔을 딛고 선지 30년도 채 되지 않은 국가에서 반도체 사업은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병철 창업회장의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반도체 자체 개발에 나섰다.

 

결과는 놀라웠다. 기술 이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삼성전자의 연구진들은 1년이 지나기도 전인 같은 해 11월에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 반도체가 바로 한국 최초의 반도체인 삼성전자 64K D램이다.

 

◇ 1993년부터 이어진 메모리 신화

 

이후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를 꾸준히 개발하며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1993년에는 세계 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한국을 반도체 강국의 반열에 올렸다.

 

 

이후로도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며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메모리 업체로 위상을 떨쳤다. 잠시 점유율 1위를 내주기도 했으나 올 3분기 다시 1위를 탈환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기존 주력 제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SSD 등뿐만 아니라 신기술 CXL 분야에서도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CXL은 CPU나 GPU 같은 처리 장치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삼성전자는 최근 이 기술을 접목한 D램을 대량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부르즈 할리파를 수십 개 지을 만큼의 자본

 

고대역폭 메모리의 일종인 'HBM3E'를 실제로 보면 신용카드보다 얇은 두께에 손톱만 한 너비다. 이런 크기에도 불구하고 HBM3E는 12단 적층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서 반도체 공정이 얼마나 세심함을 요구하는지 알 수 있다.

 

이 세심한 공정을 수행하는 공장, 즉 팹(FAB, Fabrication Plant)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야 지을 수 있다. 웨이퍼를 제조하고, 운반하고, 조립하는 과정에는 한 톨의 먼지도 허용되지 않는다. 반도체가 자본 집약적 사업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례로 삼성 반도체의 평택 1라인을 짓는데 약 30조 원이 투자됐다. 이는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를 17개 짓고도 남는 규모의 예산이다.

 

 

현재 삼성 반도체는 평택을 포함해 화성, 기흥, 중국 시안 등 글로벌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이 돼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망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 '종합 반도체' 기업의 위상

 

최근 삼성전자는 테슬라로부터 파운드리를 수주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파운드리란 반도체 제조 공장이 없는 기업이 제조가 가능한 기업에 제조를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테슬라, 엔비디아 등이 이 파운드리를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또 두 기업은 삼성전자의 고객이기도 하다.

 

반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AI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파운드리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장 건설 자체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를 포함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도 자체 반도체 공장을 가지기 쉽지 않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종합 반도체 기업(IDM)'의 가치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칩 설계, 생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니 다양한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이른바 '슈퍼 사이클'에 탑승해 극적인 주가 상승을 보인 것을 넘어 꾸준한 우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세계 시장의 공룡, 하천에 수달을 초대하다

 

이렇게 세계 시장을 누비는 삼성전자가 각별히 신경 쓰는 곳이 있다. 바로 화성-용인-평택에 걸쳐 흐르는 오산천이다.

 

오산천은 과거 수량 부족으로 악취가 발생하고, 야생동물이 서식하기 힘든 하천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공장을 포함한 기흥 사업장이 인근에 들어서면서 수질 개선이 시작됐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이 공정에 사용된 물을 국내법 기준보다도 10배 엄격하게 정화해 방류한다.

 

2007년부터 환경단체와 협업해 시작된 방류는 점점 확대돼 2010년 3만 9000톤, 2021년 4만 5000톤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오산천은 1년 내내 일정량 이상의 수량을 유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오산천에 수질 정화 식물을 심고, 토종 물고기도 방류하며 생태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오산천에는 수달, 꼬리명주나비같은 보호종들이 찾아오는 자연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했다. 삼성전자는 이 성과를 기념해 자사의 캐릭터인 '달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 '함께', '멀리' 가기 위한 준비

 

지난 16일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며 '지역균형'과 '청년 일자리'를 강조했다.

 

먼저 지역 균형을 위해 전국 각지에 주요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기존 평택 사업장은 2단지 내 5라인을 추가 건설해 확장한다. 또 ▲전남 AI 컴퓨팅 센터 ▲경북 구미 AI 데이터 센터 ▲울산 전고체 배터리 생산 거점 등 신규 시설도 들어설 전망이다.

 

이어 향후 5년간 상황이 어렵더라도 6만 명 신규 채용을 이행하기로 결정해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의 CSR 프로그램이 직·간접적으로 8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어 실제 채용인원은 6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삼성청년SW·AI아카데미(SW·AI 전문 교육) ▲희망디딤돌2.0(자립준비청년 주거 지원) ▲청년희망터(지역청년지원) 등을 추진하며 청년 세대 전반의 삶의 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또 협력사에게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고, 협력사 임직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이런 행보는 '상생'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축약된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자연, 지역, 청년, 협력사와 상생하는 것이 삼성전자가 선택한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이익 추구보다 상생을 선택한 것이 삼성전자에게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 경기신문 = 강혜림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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