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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진화] 기여에서 가치를 찾다

 

기술의 발전은 늘 인간의 노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왔다. 농업 혁명은 사냥꾼을 농부로, 산업 혁명은 장인을 공장 노동자로 변화시켰다. 이제 인공지능(AI) 시대는 우리를 또 다른 전환점으로 데려다놓고 있다. 단순 반복적인 작업에서부터 복잡한 인지와 판단 영역까지 AI가 담당하게 되면서, 우리는 ‘노동’ 그 자체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과거에는 시간과 노력, 생산량으로 노동을 측정했지만,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지금, 인간의 가치는 더 이상 단순히 ‘일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사회적 의미는 무엇에 기여하는가에서 비롯된다.

 

전통적 노동 개념은 ‘몇 시간 일했는가’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가’라는 기준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러한 기준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반복적 업무와 계산적 판단은 기계가 담당하고, 인간은 그 위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방향을 설정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로 이동한다. 따라서 기여 중심의 패러다임은 노동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시간 단위 임금에서 성과와 영향력 중심의 보상으로, 단순 기술 숙련에서 창의성과 공감 능력, 복합적 문제 해결 역량으로, 업무량에서 기여도와 사회적 영향력으로 평가 기준이 이동하는 것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영역에서 우리의 진정한 기여가 시작된다. 의미 부여와 방향 설정, 연대와 공감, 윤리적 판단과 선택, 그리고 창의적 통합과 혁신은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다. 인간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공동체와 연결되는 기여를 수행한다. 이러한 활동은 경제적 산출물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지만, 사회적 존엄과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핵심 요소다.

 

기여 중심 사회를 구현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잠재력 계발과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함양해야 하며, 기본소득과 같은 유연한 사회 안전망은 사람들이 생존을 넘어 의미 있는 기여를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 보상뿐 아니라 사회적 인정, 자기실현 기회 등 다양한 형태의 가치 인정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체계가 갖춰질 때, 사람들은 자신의 독특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며, 그 기여가 정당하게 평가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

 

AI 시대의 노동 현장은 더 이상 통일된 시간과 공간에 묶이지 않는다. 한 개인이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포트폴리오 노동자’로 활동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정체성도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가’보다 ‘무엇에 기여하고 있는가’로 정의될 것이다. 노동의 범위가 좁아질수록, 인간의 기여는 사회적 의미와 영향력을 중심으로 확장된다.

 

결국 AI 시대는 노동의 종말이 아니라 노동의 변혁을 의미한다. 우리는 생계를 위한 단순한 노동에서 벗어나,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의미 있는 기여를 수행하는 존재로 나아가야 한다. 기계와 경쟁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다운 기여를 통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다시 중심에 서는 것이다. 노동에서 기여로, 평가 기준과 존재의 의미가 이동하는 이 전환의 순간, 우리는 AI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각자가 독특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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