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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산은 확정됐지만, 신뢰는 남았는가?

 

2026년도 인천시 예산안이 확정됐다. 일반회계 약 11조 4000억 원, 특별회계 약 3조 8000억 원으로 총 15조 2000억 원 규모다. 이번 예산안은 당초 안보다 총 131억 원이 증액된 대규모 수정안으로 의결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큰 이견 없이 정리된 예산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깔끔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통상 예산안은 집행부가 편성한 뒤 각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종 계수조정을 통해 확정된다. 상임위원회는 소관 분야의 정책 방향과 현장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사업의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점검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를 종합해 한정된 재원 안에서 전체 예산의 균형과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을 다루는 올해 마지막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는 이 구조가 매끄럽게 작동하지 못했다. 예결위 조정 과정 중 상임위원회 안에 담겼던 일부 사업들이 대거 조정됐다. 그 결과,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반영된 사업들이 최종 단계에서 삭감되는 등 의회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예산을 둘러싼 감정적 충돌과 논란은 그 자체로 시민들에게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단순히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가’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각 지역이 필요로 하는 사업이 늘어날수록 조정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한정된 재원 속에서 과연 어떠한 사업을 우선순위로 두는 가에 있다. 예산이 부족할수록 선택은 불가피하고, 그 선택에는 분명한 기준과 설명이 따라야 한다.

 

이번 예산안은 총 131억 원이 증액되는 과정에서 다수의 쪽지성 사업이 포함되는 한편, 기존부터 추진돼 온 일부 사업 예산은 감액되거나 조정됐다. 단기적으로 보면 지역 요구를 반영한 증액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체 구조를 놓고 보면 예산의 방향성과 정책적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미 검토와 준비 과정을 거쳐 추진돼 오던 사업이 재원 부족을 이유로 줄어드는 동안 사전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신규 사업이 막판에 반영되는 구조는 예산 편성의 신뢰를 약화시킨다. 특히 쪽지예산 형태로 편성된 사업은 집행부가 예산 투입 대비 성과를 온전히 발휘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이번 예산 논의가 더욱 부각된 배경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 현안과 개별 사업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집행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든, 의회의 요구를 반영한 사업이든 모두 지역에서 집행되고, 시민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어느 한쪽의 중요성을 단순히 가르기는 어렵다.

 

예산이 부족할수록 우선돼야 할 것은 단순한 안배가 아니라 선택의 기준이다. 필수 사업을 우선하는 원칙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사업이 실제로 집행 가능하고, 투입 대비 성과를 낼 수 있는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방식의 예산 편성과 논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예산이 부족할수록 더 치열해야 할 것은 ‘누가 더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지금 반드시 필요하고 행정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려내는 일이다.

 

그 기준은 정치적 상황이나 시기적 고려가 아니라 사전 준비의 정도와 집행 가능성, 그리고 행정의 책임성 위에 세워져야 한다. 예산은 매년 확정된다. 그러나 예산을 둘러싼 신뢰는 한 번 흔들리면 회복하기 어렵다.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예산 심의 과정이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인천광역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신동섭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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