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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농담] 진정 허위조작정보가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가는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결연한 목적을 내세워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고의 또는 과실로 불법정보, 허위정보,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허위란 무엇인가?

 

1960년, 뉴욕타임스는 앨라배마에서 일어난 민권 운동 현장의 참혹함을 담은 광고, “그들의 높아지는 목소리를 들어라”를 실었다. 민권 운동에 앞장서고 있었던 남부 흑인 목사들의 연서로 큰 울림을 준 이 광고에는 거짓이 섞여 있었다. 진실과 허위가 뒤섞인 문제의 광고를 두고 앨라배마 몽고메리의 경찰을 감독하는 공공업무위원 설리번은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 그 유명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의 시작이다.

 

일부 광고 문구가 부정확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이 광고의 전반적인 내용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앨라배마주 법원은 뉴욕타임스가 설리번에게 50만 달러를 배상하도록 했다. 앨라배마주 역사상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이후 유사한 소송이 줄지어 이어졌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를 “인종 분리주의자들의 무기고에 입고된 새로운 무기”라고 불렀다. 뉴욕타임스는 기자들의 남부 취재를 금지했다. 취재 중 소장을 송달받을까 우려한 까닭이었다. 기자들은 민권 운동의 최전선인 앨라배마에 갈 수 없었고, 통신사에 의존해 기사를 썼다.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는 법의 탈을 쓰고 찾아왔다.

 

뉴욕타임스를 구한 것은 연방대법원이었다. 1964년, 연방대법원은 ‘현실적 악의’ 법리를 통해 언론의 위축을 막았다. 현실적 악의는 공인이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문제의 언론 보도가 ‘허위임을 알면서’ 또는 ‘허위임을 무모하게 무시하면서’ 보도되었음을 공인이 입증하도록 하였다. 이후 현실적 악의는 언론의 자유를 강력히 보호하는 장치로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언론법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인 법리로 자리 잡는다.

 

현실적 악의 법리를 통해 연방대법원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뉴욕타임스만이 아니었다. 당시 미국은 민권 운동의 “높아지는 목소리”로 격동하고 있었고, 남부와 북부는 아물지 않은 상처로 분열해 있었으며, 민권 운동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일상적인 린치와 테러에 휩싸여 있었다. 표현의 대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치를지 모른다는 공포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통제하는 수단이 되었다. 연방대법원은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보호할 일대 사건임을 알고 있었다. 시민의 표현은 법적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했다.

 

다른 많은 법이 그러하듯, ‘허위조작정보 근절법’도 그럴싸해 보인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정보,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타당한 해법이라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새로운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는가. 표현을 위축시키는 공포는 어디에서 오는가. 허위조작정보인가, 징벌적 손해배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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