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이 쓰러진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22일 만난 서구청 민원봉사과 윤연수(44·여), 변정록(35), 홍원기(32) 주무관은 시민을 위한 공무원으로써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주위 시선이 집중된다며 낯설은 웃음을 짓는다.
이들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18일 오후 12시 30분쯤 구청 본관 1층 민원봉사과 대기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80대 어르신은 분명 이상해 보였다.
단순히 앉아 있었을 뿐인데 고개를 숙인 그의 등은 격하게 오르락 내리락하며 누가봐도 가뿐 숨을 내쉬고 있었다. 가장 먼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것은 윤 주무관이다.
업무를 처리하며 점심 교대 시간을 준비하던 그는 펑소 어르신들을 많이 봐왔던 터라 80대 어르신의 이상한 모습이 시선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예감은 적중했다. 그 어르신은 몸을 옆쪽으로 틀면서 바닥으로 쏠리더니 이내 철푸덕 소리를 내며 바닥에 누워버렸다.
윤 주무관은 손살처럼 어르신에게로 뛰어갔다. 그리고 호흡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양손에 깍지를 끼고 어르신의 가슴을 힘차게 누르는 심폐소생술(CPR)을 하기 시작했다.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윤 주무관은 과거 강사를 통해 배웠던 CPR의 기본 동작을 되뇌이며 온몸의 힘을 담아 계속 어르신의 가숨을 눌러댔다.
윤 주무관은 “점심 교대시간을 준비하던 중 ‘윽’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어르신이 쓰러져 다리를 떨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평소 계양산을 자주 오르내려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에 바로 달려가 CPR을 했고 같이 따라온 홍 주무관에게 119 신청을 요청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함께 달려온 홍 주무관은 윤 주무관의 지시를 받고 119에 전화해 현 상황을 신고하는 한편, CPR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어르신의 기도확보를 도우며 초동 대처를 함께 했다. 또 떨고 있는 어르신의 신체를 주무르는 등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
CPR은 모든 힘을 담아 가슴을 강하게 누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때문에 윤 주무관의 체력은 금세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 주무관이 한계에 이르자 인근 카페에서 현장을 목격 후 달려온 변 주무관이 바톤을 넘겨받아 다시 어르신의 가슴을 강하게 누르기 시작했다.
홍 주무관은 “윤 주무관님의 초동 대처 덕에 당황하지 않고 응급처치를 함께 진행할 수 있었다”며 "어떻게든 살려야한다는 생각에 어르신이 꺠어날 수 있도록 최선의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변 주무관도 “당시 위중한 상태임을 파악해 바로 달려나가 윤 주무관이 실시하시던 CPR을 이어 진행했다”며 "어르신이 깨어날 거란 확신이 있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소방대원이 올 때까지 CPR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노력 덕에 어르신은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 현장에서 의식을 되찾으며, 이후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됐다. 현재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CPR 가이드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 발생 시 4~5분 이내 초기 CPR 이행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 여부가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무관들은 평소 서구보건소가 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소방 안전 교육과 CPR 훈련을 자주 해 큰 도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어르신을 살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평소 CPR 교육을 자주 받았고, 이에 몸에서 먼저 반응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시민에 봉사하며 공직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교육의 기회가 확대돼 더 많은 사람들이 CPR 등 응급 상황 발생 시 초동 대처를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어르신께서 의식을 회복하셔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지담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