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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엔 '금융치료'…구정이 남긴 감정 노동 비용

 

설은 온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지만 모두에게 휴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동과 준비, 관계 속 역할까지 겹치며 명절은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노동이 된다. 그리고 이 피로는 점점 하나의 비용으로 환산되고 있다.

 

명절 우울과 피로를 회복하기 위한 ‘힐링 소비’가 설 이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명절 스트레스의 원인은 장거리 이동, 차례 준비와 집안일, 친척 간 관계, 반복되는 질문까지 이어진다. 특히 명절을 준비하거나 가족을 맞이하는 역할을 맡은 주부에게 설은 ‘쉼’이 아닌 수행에 가깝다.

 

직장인 D씨는 “명절 내내 바쁘게 움직이다 지쳤다”며 “몸보다 감정이 먼저 소진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명절 이후 무기력감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명절이 끝난 뒤 나타나는 소비 흐름도 달라지는 이유다.

 

설 연휴가 끝나갈 즈음에는 마사지·스파 예약, 호텔 숙박, 혼자 떠나는 단기 여행 수요가 급격히는다. 배달 음식이나 OTT 이용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한 소비’도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심리 상담이나 명상 앱, 마음 건강 프로그램을 찾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특별한 경우에만 받던 정신상담이 이제는 명절 이후 일상 복귀를 위한 하나의 관리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이호선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감정 노동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 가족 안에서 갈등을 피하고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과정도 노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명절 스트레스는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며 “그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말했다.

 

명절 이후의 힐링 소비는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회복 비용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스를 방치할 경우 업무 효율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1인 가구, 비혼 가구, 명절을 홀로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명절 기간을 견디고 난 뒤 자신을 돌보기 위한 소비가 하나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구정이 끝난 뒤 지갑이 열리는 이유는 누군가에게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가이고, 누군가에게는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회복의 비용이다.

 

직장인 남편 E씨는 “명절 준비 대부분은 아내 몫이기에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필요한 순간만 돕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이를 '남편의 명절 처세술'이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존재감을 줄이고, 갈등을 피하며, 가족에게 ‘적당한 비용과 노력’을 보상해 주는 전략이다.

 

실제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명절만 되면 집안일과 관계 관리까지 다 떠맡는다”는 불만과 친지들과의 만남을 통한 불화 등 을 이유로 연휴 이후 이혼율이 10% 이상 증가한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가족 모임도 자연스럽게 축소됐고 그에 따른 이혼율도 하락하고 있다.

 

또한 세대가 바뀌면서 일부 주부들은 명절 전후로 ‘가사 노동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거나, 준비 과정을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반란’을 시작했다.

 

분당에 사는 주부 A씨는 “ 올해는 제사 음식 중 일부는 배달로 해결하고, 남편이 장보기와 설거지를 담당하도록 했다”며 "다소 긴 명절의 보상으로 어떤 걸 살까 협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감정과 시간을 소모하는 주부들의 노동은 그 자체로 비용이며, 최소한의 보상을 받으려는 시각과 발상의 차이를 보여주는 일화다.

 

설은 여전히 중요한 명절이지만 남편의 처세술과 감정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는 흐름으로 각자가 지닌 부담을 덜어가고 있다. 가족이 모이는 기쁨 뒤에 보이지 않던 노동의 가치가 가족 공동체와 함께하는 수고로, 그 수고를 이해하는 보상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명절 풍경을 그려 간다.

[ 경기신문 = 성은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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