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당신을 좋아하는 이 마음을 숨기지 않을 거예요."
"갑시다! 죽음을 향하여!"
당대를 흔든 비운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사랑한 남자, 극작가 김우진.
이들의 애절하고도 슬픈 사랑 이야기와 그들을 지키려고 애썼던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울려퍼진다.
지난달 30일 막을 올린 연극 '사의 찬미'가 뜨거운 호응 속에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연극 '사의 찬미'는 1990년 5월 극단 실험극장의 30주년 기념작으로, 윤대성 희곡 원작을 기반으로 재창작 됐다.
1920년 격동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이번 공연은 윤심덕을 중심으로 김우진, 나혜석과의 만남을 풀어내며 사실과 허구가 섞인 흥미로운 시나리오로 전개된다.
시대의 비운을 마주한 소프라노 윤심덕 역에는 서예지와 전소민이 맡았으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고민하는 극작가 김우진 역은 박은석과 곽시양이 이름을 올렸다.
시대를 앞서간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역은 김려은·진소연이, 윤심덕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시대의 아이러니를 상징하는 음악가 홍난파 역에는 박선호·김건호가 캐스팅 됐다.
이외에도 요시다 역에는 김태향, 김우진의 아내 정점효 역에 박수야·고주희, 기자 역에는 허동수가 합류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나혜석의 초상화가 등장하며 시작된 공연은 프레임, 계단, 의자 등 구조물을 반복 배치하며 단순한 동선을 연출한다.
이에 무대 위 배우의 움직임 자체가 서사가 되며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시점을 무대 전면과 후면으로 분리하는 구성으로, '비어 있음'을 통해 분위기와 상징을 더한다.
회전 무대는 나혜석의 집과 무대 대기실로 변하며 활용도를 극대화했고, 그 위에 설치된 계단과 난간은 배의 갑판, 강 위의 다리 등으로 활용되며 대기 시간을 최소화했다.
조명은 따뜻한 백색과 차가운 파란색, 흰색을 사용한 대비를 통해 사랑과 절망, 슬픔 등 감정을 드러내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한다.
또 배우의 독백이나 과거 회상,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 등은 핀 조명을 통해 고립감과 상황을 강조해 극의 몰입도를 향상시킨다.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은 서사에 깊이감을 더하며 '사의 찬미' 선율을 변주한 곡은 장면 전환의 역할도 수행한다.
파도를 형상시키는 미디어 형상과 현악의 드론 사운드 등은 배에 탄 모습을 표현하고 이별·불안을 시각적 연출 외에도 청각적으로 설계하며 완성도를 높인다.
거울과 프레임, 흰 천, 의자, 피아노, 그림, 샹들리에와 같은 소품을 순환해 사용해 복잡함을 덜어내고 '문'이나 '경계선' 역할의 구조물을 통해 선택을 강조하고 갈등을 시각화한다.
배우들은 격정적인 표현보다 단순한 동선과 이동, 섬세한 표정 연기로, 극을 감정적이고 서정적으로 이끌어가며 애절함을 극대화한다.
화려함보다 여백과 조명, 절제된 몸짓으로 인물의 운명과 서사를 드러내는 심리극적 미장센은 관객들을 격동의 시기로 끌어들이며 절정으로 향한다.
"어디서든, 어디에 있든, 당신의 삶을 응원할게요."
애정담긴 애절한 멘트와 함께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두 사람은 끝내 시대의 비극을 마주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깊은 여운을 전하는 비극적 시대의 사랑 이야기는 오는 3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계속된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