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살고 있는 30~40대 삶의 질이 걱정이다. 특히 월 소득 400만 원 미만, 입학 전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가 더 어렵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휴가도 사용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저녁이 있는 삶으로 대변되는 ‘행복한 삶을 위한 즐거운 직장 생활’이 최근 젊은 세대의 추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10명 가운데 8명이 가정과 직장의 충돌 경험이 있다. 우리 사회의 허리인 30~40대 대부분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좋은 사회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자유로운 휴가를 지원하는 정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같은 결과는 김도균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장이 발표한 ‘일과 삶 불균형과 휴가이용 격차’ 보고서에 담겨있다. 지난달 24∼25일 도내에 살고 있는 30대와 40대 기혼 근로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를 토대로 ‘휴가와 워라밸(Work & Life Balance : 일과 삶의 균형)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주요 변수로 ‘자녀 양육’을 설정했다. ‘없다’ 200명, ‘1명’ 350
지난 6월 18일 한국현대사와 교회사를 함께 지켜 온 한국기독교 원로들이 모여 소위 한기총 전광훈 회장의 정치행태를 염려하며 통렬한 회개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교계 일부 지도자의 편향된 사상과 오염된 종교행위로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교회는 신자들을 동원하여 정치상황에 직접개입하고 특정정당과 함께 예민한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는 등 종교의 본질을 왜곡하는 행태를 계속해 여타 신앙인들의 염려가 깊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정치권은 갈등과 대립구조를 조장하고 교회가 그러한 기류에 편승하고 기생하는 반종교적 반역사적 현상에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협의는 오간데 없고, 오직 권력의 쟁취나 유지를 위해, 국민 대중을 온갖 정파적 이해관계와 이념적 대결의 틀 속에 끌어들여 편을 갈라 세를 과시하고, 정당과 정파의 편협한 주장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음은 참으로 통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기독교는 사회적 강자와 약자 사이의 불의한 구조에서 벗어나, 동반자적 상생의 틀을 만들어 함께 평화를 나누는 것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그동안
“황소만한 크기에 코끼리 상아만한 엄금니를 지녔으며, 눈은 피를 뿜듯이 붉고 온몸에 창날 같은 털이 돋아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칼리돈의 멧돼지’의 외모다. 그리스 신화에는 난푹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 멧돼지의 사냥을 둘러싼 유명한 일화가 있다. “칼리돈의 왕 오이네우스는 풍년이 들자 그 수확을 기뻐하며 모든 신들에게 감사의 제물을 올렸다. 하지만 아르테미스 여신은 제외시켰다. 이에 격분한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하녀를 멧돼지로 변신시켜 칼리돈으로 내려보냈다. 이 멧돼지는 농부들이 힘써 일군 논밭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등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 이에 오이네우스의 아들 멜레아그로스가 그리스 전역의 영웅들에게 멧돼지를 처치하는 데 힘을 모아 주기를 호소하자, 여러 영웅들이 모여들었다. 사냥이 시작되어 영웅들이 멧돼지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오히려 멧돼지의 엄니에 찔려 죽는 등 사상자가 속출하였다. 그러나 결국 칼리돈의 왕자 멜레아그로스의 창에 제거돼 평화를 찾았다”는 내용이다. 상견치가 주둥이 밖으로 쑥 나와 있다는 등의 신화속 멧돼지의 외모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원래 자기를 해치지 않는 이상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성격이다. 청각이나
정주성 /백석 산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성터 반디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 어데서 말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이 한울빛 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시인이 고향마을의 유산과 향수와 정신이 잘 담겨진 이 시는 1935년 조선일보에 발표해 백석이 시단에 데뷔한 작품이다. 고향마을은 누구나 떠나있으면서도 주검의 목전에 다다른 계절의 상황들이 닥치게 되면 수구초심(首丘初心) 같은 고향으로 동경하는 게 인간의 심리다. 시인역시 정주성의 밤에서 어두운 불빛을 보고 자아를 꺼내어 곱씹어 성찰한다. 허름한 등잔불의 풍광들이 외처롭게 느껴지는 고향마을 산하의 현실과 자신의 암담한 처지를 읽을 수 있다. 고향을 버리거나 성취하고자 했던 연민과 향수는 자신이 처한 그리움자락의 서러운 마음들이다. 여기서 무너진 성터는 쇠락한 역사의 한 장으로 허망한 감정들을 담았다. 시인은 폐허가 된 정주성에서 밤하늘에 비친 고향의 숨결들로 날이 밝으면 청배를 파는 늙은 사람들이 삶을 연명하는 모습과 남아있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세 가지 질문’에서 왕이 던지는 질문이다. 여러분은 어떤 대답이 떠오르는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왕은 혼자서 현인을 찾아간다. 하지만 현인은 왕의 질문에 아무런 말이 없다. 왕은 궁으로 돌아가려다가 나이 많은 현인을 조금이라도 도와주기 위해 직접 밭이랑을 판다. 모든 일을 마친 왕이 돌아가려는 순간 다친 사람이 왕의 앞에 나타나 쓰러진다. 놀란 왕은 다친 사람을 치료해주고 다행히 그는 목숨을 건진다. 사실 그 사람은 왕을 죽이려 한 사람이다. 하지만 왕이 나이 많은 현인을 위해 대신 일을 하느라 현인의 집에 머물러 있었기에 만날 수가 없었고 왕의 군대를 만나 큰 부상을 입었다. 왕은 그런 그를 열심히 도와준 것이다. 부상에서 회복한 그는 왕에게 용서를 구한다. 이때 현인은 왕의 질문에 드디어 답한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 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ls
뜬금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주체할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힘주어 눈을 감아도 하염없이 흐르는 이 눈물의 시작은 양갱 때문이다. 시월의 가을 아침, 쌉쌀한 녹차와 더불어 다식으로 먹게 된 팥 양갱 한 조각이 모처럼의 공휴일 아침을 감성의 봇물로 허우적거리게 했다. 오늘처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달려갔던 곳. 팔순을 훌쩍 넘긴 하정 선생님은 아침부터 정갈하게 한복을 차려입고 계셨다. 시간차를 두고 피고 지는 백일홍, 그 꽃은 언제고 방글거렸다. 항아리 장독을 열어놓아 문득문득 장 냄새가 스멀거리기도 하고 어설프게 심어놓은 녹차나무 잎들이 바스락거리는가 하면 항아리 뚜껑위로 소복하게 쏟아놓은 좁쌀을 먹겠다고 참새 떼 재재거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구들을 펼쳐놓았다. “차향이 좋습니다” “역시 우리 차에는 다식도 우리 것이 가장 잘 어울리지?” 하시며 내어놓았던 누룽지, 팥 양갱, 증편을 나는 참 맛나게도 먹었다. “요즘 내가 컴퓨터 재미에 푹 빠져서 지난 밤 잠을 설쳤어.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지 나도 내가 걱정이 돼 하하하!” 언젠가 눈이 펑펑 쏟아지던 수요일, 눈보라를 뚫고 엉금엉금
광주시와 포천시, 양주시가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2019(하반기)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 먼저 광주시는 구 시청사 일원 도시재생활성화지역과 송정3통 일원 우전께 마을 2곳이 대상지역으로 최종 선정됐다. ‘송정동 열린마을 만들기’(구시청사 일원 도시재생활성화지역)사업에 총 사업비 167억 원과, ‘송정동 우전께 상생마을 만들기’(송정3통 일원 우전께마을, 우리동네살리기)사업에 총 사업비 87억 원, 국비 150억 원과 도비 30억 원을 확보해 오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광주시는 두 사업을 통해 구 시청사 이전으로 인한 침체된 원도심 지역을 생활복지문화서비스 특화 및 공동체 참여형 열린마을을 조성하고 도시재생 어울림센터 조성사업, 송정문화센터 조성사업, 공동체 돌봄 사업, 안전마을 조성사업 등 총 8개의 세부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포천시 뉴딜사업은 일반근린형으로, ‘새로운 시작, 신(新)나는 읍(邑이)만들기’라는 사업 명으로 추진되며 사업 대상지는 포천시 신읍동 47-10번지(면적 15만2천289㎡)일원으로 올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마중물사업 133억 원(국비 80억 원) 등 총 803억 8천만 원이 투입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노벨상은 모두 6개분야다.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이중 10일 까지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문학 분야의 올해의 수상자가 결정됐고 나머지 평화상은 우리 시간으로 오늘 저녁 8시, 경제학상은 14일 6시45분 수상자를 발표한다.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노벨상. 하지만 언제 부턴가 수상자의 업적과 실적은 뒤로 밀리고 수치((數値)상 신기록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엊그제 발표한 화학상도 그렇다. 리튬 이온 배터리(전지)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기여한 미국·영국·일본인 과학자 3명이 수상했으나 정작 그들의 업적보다는 역대 최고령자인 97세 수상자가 나왔다는 사실과 27번째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를 탄생시켰다는 것이 세인들에게 회자됐다. 따라서 충전하는 세상을 연 그들의 업적은 관심밖으로 밀린 형국이었다. 문학상도 비슷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1949년 이후 69년 만에 선정되지 않았다. 스웨덴 한림원이 ‘미투(Me too)’ 직격탄을 맞아 심사위원들이 사임한 탓이었다. 2017년 한림원은 여성 18명이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로부터 1996년부터 최근까지 성폭력을 당했
침묵의 탑 /김경윤 날마다 아들이 묻힌 소나무 아래 찾아가 한종일 한글아 내 한글아 그리운 이름 부르다 지친 아내는 저물 무렵 빈 등에 돌을 메고 돌아왔다 아내가 방 안에 부려 놓은 돌들은 날이 갈수록 쌓이고 쌓여 이제는 침묵의 탑이 되었다 바늘 뭉치 같은 시간들이 흐르는 밤마다 나는 그 탑 아래서 묵언 정진 중이다. 나무 관세음보살… 정(情)은 인간이기를 말하고자 하는 최후의 보루다. 사랑하는 아들 한글이를 가족여행을 끝으로 참화 속에 별리를 했다. 얼마나 뜨거웠을까? 애상한 곡조의 서러움들이 뼈 속을 파고든다. 시인의 내자는 깊은 슬픔에 잠을 자고 깨어나면 어눌한 문밖을 보다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소리를 듣는다. 사랑하는 것들이 남긴 몇 가지의 추억들을 눈물로 새겨 보낸다. 나무 밑에서 깊은 숙면으로 잠이 들어 깨어나 희망으로 일어설 것이다. 어디서 시인과 어머니를 보고 있는 것일까 아프고, 애절한 그리움이 끊어진 것일까 가을은 강물이 되고 낙엽으로 물들어가는 만산홍엽인데 가을날 하늘을 보고 누워있던 아들이 그립다. 땅 끝에서 부는 바람은 해남사람만 안다. 황토 길을 걷고, 밤고구마를 먹고, 비포장 도로 길을, 산비탈 가난한 마을사람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