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의 두 대작 ‘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꺼내보고자 한다. ‘춤’에서는 다섯 명의 등장인물이 유려한 실루엣을 형성하고 있는데 반해, ‘음악’에서는 같은 수의 사람들이 서있거나 앉아있는 포즈를 취함으로써 ‘춤’과 비교하면 다소 단조로운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그 단조로움 속에서 음악은 또렷하게 존재한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인물들의 진지한 모습 속에서,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이 초록색 초원과 광활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경이로운 음악의 존재를 우린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춤은 시각적인 장르이기에 화가 입장에서는 표현하기 훨씬 수월한 소재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표현하는 작업은 그리 간단치 않았을 것이다. 그즈음 피카소와 브라크는 악보나 악기의 일부를 그린 조각을 가지고 콜라주 작업을 함으로써 음악을 표현하고 있었다. 마티스는 음악을 대하는 인물들의 진지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담는, 조금 더 우직한 방식을 택한다. 비록 화가가 지닌 기교를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음악이 지닌 경이로움
하늘이 떴다. 구름 활짝 피우고 비취빛 가득 머금은 채 높이 뜬 하늘. 하늘은 주기적으로 오늘처럼 가을을 몰고 온다. 가을이 되고서야 뜬 저 하늘을 나는 자주 잊고 살았다. 어쩌면 하늘이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하늘을 쳐다볼 겨를이 없었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내달리는 하루는 하늘을 닫기에 충분하다. 눈 비비며 전철에 오르고, 버스를 내리고 운전을 하는 아침.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시작하는 시끌벅적한 오후. 마감에 쫓기며 두리번거리는 저녁시간까지. 결국에 지친 신발을 머금고 돌아오는 늦은 밤. 그 어디에도 하늘은 없었던 것 같다. 오직 숨차게 달리는 나와 일과 몇 잔 커피와 쫓기는 시간이 있을 뿐. “언니야, 너무 바쁘게 살지 마. 우리 고모님 칠순 다 되어 외국여행 처음 가는 날, 인천공항에서 쓰러지셨어. 그래서 여행도 못가고 입원하셨다니까. 제발 여유 있게 건강 생각하며 살아” 왜 먼 이국에서는 하늘이 더 쉽게 보였을까. 지중해 에둘러 걸어오르던 리키안웨이. 그 빽빽하던 나뭇잎 사이로 올려다 본 하늘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때 올려다 본 하늘은 엄마와 대청마루에 누워서 올려다본 감나무 이파리 흔들어대던 바로
최근 이른바 ‘떳다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떳다방은 그야말로 ‘한탕’ 하고 떠나는 영업방식인데 대부분 불법행위다. 부동산 떳다방과, 노인·부녀자들을 상대로물건을 파는 떳다방, 또는 상권 주변의 빈 점포를 일정기간 임대 입점해 저가 땡처리로 물품을 판매하는 떳다방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부동산 떳다방은 부동산 거품을 일으켜서 돈을 번다. 아파트 청약통장을 사들여 분양 인기지역의 아파트를 당첨 받은 뒤 분양권을 불법거래함으로써 주택시장을 교란시킨다. 저가 땡처리 떳다방 역시 지역상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상인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이 떳다방 중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저가의 건강식품을 만병통치약이라거나, 매우 귀한 약으로 과대·허위 광고해 고가에 판매하는 이른바 ‘홍보관’ ‘체험관’ 떳다방이다. 이들은 빈 상가를 단기간 임대해 떳다방을 개설한 뒤, 노화와 질병으로 건강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노인들을 불러들인 뒤 솔깃한 말로 꾀어 저가의 건강식품과 가정용 의료기기를 고액에 판다. 이를테면 홍삼 성분 15%인 3만 원짜리 제품을 90% 제품이라고 속여 40만 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중산을 국산으로 속여 팔거나 값싼 건강식품을 관절
야당대표들의 단식이 8일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이 지난 11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도입의 기본방향에 동의한다면서 내년 1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하고 내년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엔 선거제 문제는 빼놓은 채 자유한국당과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 민주당에 반발, 당 대표 단식 등 투쟁에 돌입한 야 3당을 달래고 선거제 논의를 복원하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 3당은 민주당 제안에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한국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을 우선 만들어 오라고 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민주당이 한국당을 설득, 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원칙, 의원정수 조정 문제 등 큰 틀의 합의점을 우선 찾아오라"고 주장했다. "거대 양당의 예산안 짬짜미 처리"라는 비판의 연장선에서 정치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이며, “선거제도는 권력 구조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며 선거제 개편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당이 별도 협상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을 만드는
아트센터에서의 공연 관람은 일반인들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경제적 부담(티켓 비용)을 비롯해 시간의 할애, 정보검색을 통해 최대한 만족스러운 공연을 선택해야 하는 까다로운 안목까지. 영화관을 찾아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단한 결심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그림자(shadow price)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예를 들어 콘서트에 가려면 티켓을 사야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밖의 비용이 배로 들어간다. 여기서 가장 설명하기 쉬운 것은 공연이 열리는 지역의 아트센터까지 이동하는 데 들어가는 교통비다. 집 근처에서 공연이 열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히 들어가는 교통비에 공연 전후의 비싼 식사비까지 지출해야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결국 예술을 선택하고 관람하는 ‘시간’을 할애하는 기회비용의 포기와 함께 비용부담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경제학자인 S.B. 린다는 “시간이 비싸진 사회에서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재화의 소비 쪽에 시간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예술은 소득에 반비례하는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으로 “소
유래없는 취업난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한해였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구직자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다사다망’(多事多忙·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이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성인남녀 2천971명을 대상으로 올 한 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로운 균형),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최근 라이프 트렌드와는 다르게 과중한 업무 속에서 한 해를 보낸 현대인의 고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른 나무나 불기없는 재와 같이 생기와 의욕이 없다는 뜻의 고목사회(枯木死灰)을 다음으로 꼽았다. 갈수록 심화하는 취업난 속에서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표현한것이다. 스스로 제 갈길을 찾아가겠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과 많은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전전반측(輾轉反側)도 선택을 받아 힘들고 어려운 한해였음을 보여줬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악화까지 겹친 자영업자들은 노이무공(勞而無功)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수고를 많이 했으나 아무 공(功)이 없다는 뜻이다. 한해동안 아무리 애를 썼어도 성과 없이 근심만 커져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
소화처럼 /문정영 흰꽃이라는 이름의 처녀 무당으로 너는 짧은 생을 살았지 흰나비의 소곤거림이 너를 깨웠다는 기록을 읽은 적이 있지 어떤 빛으로도 나눌 수 없어 흰빛으로 남는다고 했어 붉은 꽃이 되려고 제 심장을 빼냈다고 들었지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피어날 수 없어, 눈멀고 귀 닫혀 얼굴 붉힌 봄날은 가고 말았지 어떤 통증이 그 문으로 들어가 대신 붉어졌고 불에 탄 자국이 그곳에서 수만 송이 꽃이 되기도 했지 내가 너를 찾았을 때 너는 그 곳에 없었어 내 첫사랑도 한때 흰빛이었지 고백이 붉어지기까지 매일 여름이었어 뜨거워진 꽃술을 달래지 못한 소화처럼 내 살아도 결국 선홍빛 여름날의 짧은 기록이었어 ‘산만큼이나 높은 사랑들/ 골만큼이나 깊은 아픔들!’ 영화 ‘태백산맥’의 포스터 광고 카피가 아직도 생생하다. 소화는 태백산맥의 무녀 그 소화이리. 격동의 시대, 이데올로기의 혼란 속에서 핀 소화와 정하섭의 사랑은 여순사건으로 촉발된 소설 속 길고도 아픈 이야기의 시작으로서의 함축적 의미를 내포한다. 소설 속에선 ‘희디흰 갈꽃의 흔들림 같은 그녀의 슬픈 눈’으로 묘사된 그녀의 모습을 그려 시인은 벌교를
‘비만과 인간관계’를 탐구하고 있는 서영이는 인터뷰 자료처리에 골몰하고 있다. 식단과 생활습관 분석으로 비만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활발하고 명랑하게 지내야 한다는 걸 주장하고 싶다. 선생님은 처음에 이 주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 해결하기에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고, 기간을 두 달로 한 계획도 무리라면서 석 달 동안 진행하자고 했는데 그새 두 달이 지났다. 서영이는 컴퓨터로 자료처리를 하기 전에 계산 원리부터 알아내려고 일주일째 궁리하고 있다. 어제는 덧셈과 곱셈, 뺄셈과 나눗셈의 관계를 발견했다고 환호성을 올렸다. 보고서 내용에 따라 멋있는 랩과 누구라도 빠져들 5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도 보여주겠다고 했다. 편집만 남았단다. 선우는 오전에는 정보도서실에서 지낸다. ‘코스모스(칼 세이건)’라는 책의 이름에 반하여 그 두꺼운 책을 읽고 싶어 했다. 사서 선생님은 초등학생을 위해 편집된 ‘코스모스’가 없다면서 담임 선생님과 셋이서 계획을 세우고 휴대용 디스플레이로 그 책 속의 우주를 탐험하게 해주었다. 지구를 떠나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내가 소리 내어 여호와께 부르짖으며 소리 내어 여호와께 간구 하는도다. 내가 내 원통함을 그의 앞에 토로하며 내 우환을 그의 앞에 진술하는도다”(시편142:1-2) 성경에는 위대한 인물이 많습니다. 이스라엘을 통일왕국으로 드높인 다윗이 대표적입니다. 파란만장한 다윗의 인생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 넘치는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막내로 태어나 다윗은 아버지나 형제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요즘 말로하면 왕따나 다름 없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은 당시 미래가 없는 아이나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의 부모나 형제는 다윗이 지닌 능력을 몰랐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다윗에게는 아버지와 형들이 몰랐던 사실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윗이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이 나의 목자”라고 고백하며 믿고 의지했다라는 것입니다. 다윗은 도망자 신세가 되었을 때에도 오직 하나님을 의지하며 기도 했습니다. 오늘 본문인 시편 142편이 그 내용입니다. 당시 다윗이 처한 상황은 인생에서 가장 연약하고 어두운 시기였습니다. 그의 목숨을 노리는 적들을 피해 동굴에서 은밀히 거하면서 그가 한
▲안광용(경기일보 편집부장)씨 모친상= 12일 오전 9시 20분, 빈소 수원연화장 2층 수국실, 발인 14일 오전 9시. ☎010-4256-7223, (031)218-6592 삼가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