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서 사고실험이라는 수행방법이 있다. 철학적 개념이나 이론의 적합성을 테스트하기 위하여 특정한 가정과 상황을 설정하여 생각으로 실험해보는 작업을 말한다. 상아탑속에 갇혀버린 철학을 현실로 불러내어 삶의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철학상담에서 김선희 교수는 사고실험을 방법론으로 제안한다. 이는 내담자로 하여금 철학적 사고실험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자신의 사고구조를 개선하도록 돕거나, 내담자의 사고에 새로운 통찰과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고정되고 폐쇄된 사고체계에 전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세상에 알수 없는 이유로 내던져진 본질적으로 삶에 대해 순진한 인간은 대게는 어리석고 실수하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고통이 발생한다. 한나아렌트는 그것이 인간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삶의 과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측과 기대를 벗어나는 경우들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해주는 좋은 소재로 둔갑한다. 몸과 마음의 증상들은 복합적인 삶의 상황들과 얽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치유의 과정에서 이런 상황들을 잘 살펴서 정돈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에 나는 사고실험을 적용하곤 한다. 특히 죽음에 대한 질문은 현재에서 멀리 떨어져서 지금을 조망할수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해서 한창 SNS에서 이슈가 될 때였다. 페이스북에서 한 대학선배가 영화를 본 소감을 써 놓았는데 김지영의 병이 너무 맥락이 없이 구조와 환경 때문이라고 해석해 버리면서 해결방식에도 스스로 자각이 사라졌다고 하였다. 자주 들어가지 않는 페북이지만 그날따라 그 글이 눈에 들어와 댓글까지 보게 되었다. 페미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등 중동지역 여자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면 한국여자들은 호강에 겹다고 분노할거라고 하는 글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보는 순간 불쾌감이 확 올라왔다. 그 글이 만약 모르는 사람이 쓴 글이라면 신경쓰지 않았을 텐데 이 선배는 대학교 때부터 20년동안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공론의 장에서 뚜렷한 의견개진을 하며 박학함을 드러내었던 한때 우러르는 눈길로 바라봤던 분이었다. 그래서 이 선배가 이렇게 이야기하는거면 영화가 표현하는 수준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 싶었다. 선배를 비롯해 이런저런 페북의 남성들의 댓글들을 보면서 영화가 좀 엉성하게 만들어졌겠거니 생각했다. 선배 정도의 지성은 정말 여성들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면 사회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분들은 당연히 공감을 할 거라고 하는 기대치가 있었다. 영화는 이런저
한의원 문이 열리고 어머니와 아들이 들어온다. 어머니는 많이 말랐다. 처음 보았던 2년전 여름에 비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1년전에 비해 더욱 그렇다. 보자마자 안쓰러운 마음이 올라온다. 그렇게 70대 후반의 어머니와 50대 초반의 아들은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정하게 쇼파에 앉는다. 아들의 설명이 이어진다. 처음 내원시도 넘어져서 갈비뼈 골절과 척추의 압박골절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도 또 여러번 넘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같이 진행된 치매증상으로 양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는데 인지증상은 나아지지 않아 외출을 하면 집을 찾지 못해서 헤메인다. 기억장애는 진행중이다. 골다공증도 심한데 여러번 넘어져 반복된 골절 끝에 올해 초에 수술을 했는데 계속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당최 영양이 채워져야 회복이 시작될텐데 무엇보다도 도통 먹지를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영양공급이 시급하다. 뇌의 신경전달물질도 뇌세포도 근육도 인대도 단백질 지방 등을 포함한 각종 영양소로 만들어지고 유지가 되는데 영양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의 효율을 높인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원래 식사량이 많지 않았지만 안그래도 앙상한 체형에 살이 더 빠지고 있는 이유는 식욕이 없고
“우리가 하려고 하는 마음챙김 명상은 어디 가서 도를 닦는다거나 하는 신비주의적이거나 영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일매일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듯 더 행복하고 온전하게 살기위한 마음의 운동법입니다.” 스마트폰 어플 속 낭랑한 목소리가 말한다. 인류에 대한 통찰이 담긴 질문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책인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는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질문에 대한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스스로와 타인들을 위한 더 나은 삶을 위한 방법으로 명상을 제안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 자신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리즘이 결정하기 전에 스스로를 알기 위한 자기관찰법으로서 말이다. 명상은 수천년 전부터 고대 인도에서 기원한 바라문교나 불교에서 나온 정신수련법이다. 2000여년 전 부처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고 요가도 원래는 바라문교의 명상수련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형이상학적, 절대적 의미의 명상수련보다는 스트레스에 기인되는 여러 질병의 예방과 대처에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논문이 쏟아져 나오고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심신일여’, 즉, 마음과 몸이 하나와 같
그는 눈과 목이 마르다. 특히 밤에는 너무 말라서 잠이 깬다. 눈에는 인공눈물과 눈 보호제를 포함해서 4가지 종류의 안약을 넣는다. 1년 몇개월째 원인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온갖 검사와 병원순례를 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검사상 이상은 없으나 일상에서는 너무 힘든 상태, 그냥 가끔이 아니라 매일 밤 여러 번 깨면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기에 더욱 힘들다. 수분이 부족하니 물을 자주 드세요. 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물을 많이 먹기도 힘들다. 물만 먹으면 소변이 마려워서 화장실을 가야하는데 그렇게 화장실을 여러번 가기가 부담스럽다고 한다. 문진을 거듭할수록 물 한잔 먹기가 부담스럽고 넘치는 물량에 간단한 식사로 때우며 저녁 늦게까지 뛰어다니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지난 2월 코로나 19로 전국이 움츠러들기 시작할 때 내가 마주한 15년차 베태랑 택배기사의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바빠진 몇 개 안되는 직업군 중 하나, 나날이 느는 물량에 체력이 소진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인간은 타인의 얼굴을 마주함으로서 나를 넘어 다른 세계로 통한다고 했던가? 그렇게 한의사인 나는 다른 삶들에 닿는다. 몸의 고통은 우리의 생활과 분리되지 않는다. 이해하려고 노력
글을 세상에 띄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새삼 아주 오래된, 어쩌면 뻔한 질문을 던진다. 문득 경기신문 안 어떤 작은 공간에 나의 글을 자리하게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말이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 새로운 어떤 것을 글로 더할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의 소소한 글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중에 좋은 것들은 가려내고 필요 없는 것들을 덜어내는 어떤 힌트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생각 많은 머릿속에 생각을 하나 더하면서 있는 중에 담당기자분에게 전화가 온다. 우연히 이런 인연으로 만난 그녀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칼럼의 이름을 아침보약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한다. 그리고 덧붙이길 팀에서 이 제목을 한명이 떠올리고 너무 잘 지었다고 기뻐했다고도 한다. 아침에 보약한잔을 먹고 시작하면 기운나면 좋을 것 같다고. 하하하. 한의사가 되고도 20년이니 그 시간동안 무수히 듣고 말하고 반복 재생되었던 단어를 제목으로 하자니 그 익숙함이 나의 사고에는 오히려 고려의 범위 밖으로 벗어난다. 한의사가 아닌 분들에게는 밥 한그릇 이런 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익숙함과 웃음으로 그 단어를 밀어내려는 찰나, 동시에 스쳐가는 것은 우리나라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