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이 부었다. 통증은 속에 있고 붓기는 밖에 있다. 바깥을 보면서 속을 다독인다. 고장은 발등의 기다란 뼈와 중지발가락이 만나는 관절에서 났다. 손톱만한 관절 하나가 사람을 기울게 한다. 나눠져야 할 무게중심을 왼발 하나가 도맡는다. 발가락의 고장으로 하루가 절뚝거린다. 더딘 걸음을 잰걸음이 부축한다. 길은 멀고 겨울 해는 짧다. 쏟아지는 군중 속에서 ‘나’는 ‘우리’가 되고 만다. 출퇴근길 인파속에서, 난무하는 구호와 외침 속에서, ‘우리’와 무관한 ‘나’로 개별적이긴 힘들다. 모래사장에서 각기 다른 모래 한 톨의 개별을 가리는 것처럼 난해한 일은 없다. 산을 보며 나무를 헤아리기 어렵듯이 숲에 앉아 산을 그리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하물며 역사에 묻힌 개별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개별의 역사는 기록되지 않는다. 사건사고로 회자되기는 하지만, 개별의 역사는 보편의 역사에 묻혀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개별의 역사는 오늘도 시퍼렇게 눈을 뜨고 엄연하다. 매스컴마다 온갖 개별의 역사로 빼곡하고, 빼곡한 역사마다 찬성과 반대의 각기 다른 댓글이 꼬리를 문다. 무는 꼬리와 상관없이 기억하지 못할 역사들이다. 묘한 일이 아닐 수 없
진정한 예지는 인생에 적용될 수 있는 영원한 진리를 아는 것이다. 학식과 예지는 좀처럼 양립하지 않는다. 학자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은 쓸모없고 의심스러운 것이다. 진정한 현자는 그렇게 많은 것은 모르지만,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필요한 것이며, 또 그가 알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확실한 것이다. 진정한 예지에 의해 주어진 행복은, 다른 모든 지식에 비해, 마치 사막에서 한 잔의 물과 같이 한 자루의 황금보다 귀하다. 이 시대는 장차 올 생명의 역사에 대한 준비의 시대이다. 혼돈한 가운데서 질서가 나오고, 영원한 암흑과 침묵이 깨어서 광명과 음악이 나오기까지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흘렀다. 이 하늘과 이 땅이 되어 나오기 전에 얼마나 많은 천체의 출몰이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원소의 모이고 헤어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다. 거룩한 이 극의 무대가 될 지구가 그 얼굴을 나타낸 후에도 생물이 생존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몇억 년의 세월이 지났고, 마지막에 연출자 저 자신이 등장하기까지에는 또다시 몇 억년이 흘렀는지를 알 수 없다. 이 시대는 도리어 그 때문에 오는 역사의 의미의 위대를 미리 표하는 시대다. 정직작업에 많은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터키의 옛 노래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노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먼 북소리’를 통해 알려졌다. 심신이 지쳐있던 하루키는 내면의 북소리에 펜을 던지고 유랑길에 올랐고 3년간의 유럽여행 후 그 책을 썼다. 북소리를 번역기로 돌리면 ‘ 힘들고 외롭고 지친 당신, 변화가 필요하다. 떠나라!’ 정도가 아닐는지. 내게는 노래가 먼 북소리다. 헝가리 가수 마르타 세베스첸(Marta Sebestyen)의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세베스첸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이슬람교의 아잔 소리가 떠올랐다. 신도들에게 예배시간을 알리기 위해 울리는 아잔은 인간만사, 희노애락에 오욕을 품어주면서 초탈로 이끈다. 폐부를 긁으면서 종내 세상 끝에 선 것처럼 쓸쓸하게 만드는 그 소리. 아잔소리같은 마르타 세베스첸의 목소리는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통해 처음 만났다. 1996년도 나왔으니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옛날 영화’겠지만 지금 봐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이탈리아 북부 한 수도원에 이름도 국적도 잃은 채 죽어가던 화상환자가 있었다. ‘영국
우리 선조들은 해방이 되던 날 과연 감격에 겨워 마음 놓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기가 내려지고 태극기가 내걸려야 할 곳에 대신 새로운 점령국 미국의 성조기가 오른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직감하고 불길한 생각을 하게 됐을 것 같다. 이 땅에서 일본인들이 물러간다는 것이 한반도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됐을 터이다. 이후 이 땅의 현실은 민족의 소망과는 점차 멀어져 갔다. 아직 광복은 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전범국 일본이 패전을 했을 뿐 조선은 미, 소에 의해 분할되어 자주독립국가로의 길도 더 험난해졌다. 조국은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되돌아오지 못할 단절과 분열의 길로 들어섰고 급기야 전쟁이 발발하고 말았다. 조국은 해방된 지 불과 몇 년도 못돼 허리가 잘리고 재분단되는 비극적 운명에 빠져든 것이다. 반면 친일 반민족 세력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잠시 독립운동가 출신들이 미군정 눈에 나 정치적 위기에 몰린 순간 이들은 환호했다. 일제 조선인 고등계 순사들은 이제는 미군정의 당당한 후원을 받아 이 땅을 영원한 반공 분단국가로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군 수뇌부도 독립군 출신은 한직으로 밀려난 반면…
올 한 해가 일주일여 남았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았지만 ‘위드 코로나’가 다시 방역강화로 전환되면서 어느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다. 하루에 7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 1000명대의 위중증 환자, 수십명 이상의 사망자 발생에 밤 9시가 넘으면 거리는 적막이 흐른다. 누적 확진자가 60만명에 이르러 우리나라 총인구(5175만명)를 감안할 때 100명 가운데 한사람 이상(중복 감염 포함)이 코로나에 감염됐다. 생명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경제적‧정서적 고립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속에 신음하고 있다. 예전같은 연말이면 이웃을 살피는 각종 미담과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잠시나마 삶에 지치고 얼었던 마음을 녹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2년째인 올해는 그마저도 눈과 귀에 잘 와닿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세상을 보려는 우리의 생각이나 삶의 자세가 웅크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어두운 곳을 찾아 보듬어야 할 사회지도층의 일그러진 모습과 그들의 세계관은 국민들을 더 절망속에 밀어 넣고 있다. 대선 후보와 가족리스크가 연일 뉴스 전면을 장식하고 그것도 모자라 측근들과 정부 고위 인사들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그 대열에 경쟁적으로 합류한다
'양비론'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명제나 사안을 두고 대립이 있을 때 A와 B 모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을 일컫는다. SNS에서 이를 일명 '모두 까기'라고 하는데 단어 뜻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하지만 양비론이라는 말에는 부정적 의미의 뉘앙스가 있다. A와 B를 비판함으로써 이익을 취하려는 기회주의적 태도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이 어떻게 쓰이는지 잠시 대선 국면으로 가보자. 지금 대선은 우리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당 후보는 예외 없이 수구정당 후보보다 도덕성이나 진보적 가치에서 조금이라도 앞서 있었다. 그런데 사상 최초로 두 가지 중요 요소가 엇비슷하거나 조금이라도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비호감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와 파렴치한 전과 전력, 부패사건 연루 정황 등이 이를 입증한다. 이 상황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야 후보를 동시에 비판한다. A와 B 모두 대선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비판을 무책임한 양비론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여기서 양비론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진다. 기회주의적 태도라는 뉘앙스가 물씬한 양비론이 적확하게 쓰여졌는지 의심이 이는 것이다
12월도 하순 길이다. 세월은 벌써 일 년을 다 소비해가고 남은 시간의 잔고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산중 무일력’이라고 산에는 달력이 없다고 했다. 아프리카 오지에도 일 년을 365개로 쪼개 놓은 시간 같은 것은 없다. 현대인은 시간에 자유롭지 못하다. 경제면에서도 자유를 잃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가만히 있으면 부동산 경기에 아파트값 폭등에 뭔가를 해야 할 일을 안 하면서 손해 보며 뒤진 것 같다. 높은 계층의 인사를 만나지 못하면 세상 정보에 뒤지고 하위계층으로 추락하는 기회 상실자 같은 스트레스도 따른다.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체, 일류기업의 인사는 매년 1월 1일 자로 발표되었다. 그에 앞서 문인들의 행사를 비롯한 예술단체 그리고 문화계의 수상식 행사는 보통 12월에 있었다. 12월이란 끝 달에는 개인이나 조직이나 연말정산에 따른 금전적 압박을 느끼며 정리 정산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상자나 승진 자와 승승장구하는 사람은 얼굴과 명예가 드러난다. 그러나 죽어라고 일하고 달려왔어도 매달 권에 들지 않거나 행운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더 많았기에 국민들은 혈압이 올라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아라비아 숫자는 우리에게 많은 스트
우리 인간만이 이 세상에 정의를 이룰 수 있다. 자연의 모든 힘도 우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만약 의식적 존재의 집합체인 인류가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할 자가 없다. (히지츠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들은 생존경쟁을 위해 온 힘을 다 쏟고 있어서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단순히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사회개혁자의 과제가 매우 어렵고 그 진로가 험난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위대한 진리를 옹호하기 위해 맨 처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상류계층의 조소와 일반서민의 저주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며, 사람들에게 박해받고 고통받으며, 수난의 옷을 입고 가시관을 써야 하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헨리 조지) 이 세상의 삶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에 대한 우리의 참여가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꼭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그러한 사소한 노력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행복을 향한 모든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록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아무도 재촉하지 않아도, 적당히 넘기지 말고 진지하게 고삐를 잡아당겨라. 사랑하는 친우(親友)여, 받아 읽어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지난 2019년 12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도내 수원·고양·용인·성남·부천·화성·안산·남양주·안양·광명·하남시 등 11개 도시 시장이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대규모점포 입지개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이 체결된 이후 경기연구원 자문과 시·군 사례분석을 통해 ‘표준 조례개정안’이 마련됐다. 11개시는 이를 바탕으로 각 지역의 여건에 맞는 조례개정안을 만들었다. 조례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도시계획 단계부터 대규모점포의 입지를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조례 개정에 각 시·군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도에 따르면 현재 수원시 등 28개 시‧군이 관련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했고, 화성시와 광주시 등 2개시는 입법예고 및 조례 규칙심의를 이미 완료해 내년 초 조례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과천시는 조례를 적용할 근린상업지역‧준공업지역 등이 없어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규모 점포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연접된 건물 안에 하나 또는 여러 개로 나눠 설치되는 매장으로, 판매 면적만 3000㎡ 이상인 사업장이 해당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규모점포의 경우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 점포의 위치가 전통시장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 16일, 이재명 후보의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제안에 청와대가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에 대해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재명 후보"라며 이재명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에도 "하도 말을 자주 바꾸니 후보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국민은 믿지 못할 것"이라고 이재명 후보를 직접 비판했다. 과거에 비해 이재명 후보를 직접 겨냥해 공격하는 빈도수가 잦아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후보의 주공격 대상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윤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던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꼽을 수 있는 점은, 대통령을 직접 비판해야 본인의 위상이 확고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대통령을 직접 겨냥함으로써 문 대통령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줌과 동시에, 여당 내의 야당이라는 이미지를 가졌던 이재명 후보의 차별화 전략을 물타기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본인의 이미지가 문재인 정권과의 대립을 통해 형성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윤석열 후보가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현 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