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세계 금융 흐름이 심상치 않다. 세계 증시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연일 요동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보다 공격적인 유동성 축소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치솟는 물가에다 고용회복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금리를 빠르게 인상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이 이르면 3월부터 시작되고 횟수도 올해 네 차례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올 3월까지 종료되면 시차를 두고 단계적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연준이 금리 인상과 함께 보유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회수하는 직접적인 ‘양적 긴축’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40년 만의 최고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도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코로나 회복‧위기 반복에 따른 물류난 등 일시적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과 맞물린 자국 우선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여기에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등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난
사람들에 대한 선의는 인간의 의무이다. 만일 우리가 선의로써 사람을 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이 된다. 아무리 비참하고 우스꽝스러운 사람일지라도, 우리는 그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어떤 사람의 내부에도, 우리들 속에 살고 있는 것과 똑같은 영혼이 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때도, '그래, 세상에는 온갖 사람이 다 있게 마련이니까 참아야지' 하고 생각하라. 만일 우리가 그런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드러낸다면, 첫째로 우리는 옳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며, 둘째로 그들을 결사적인 싸움으로 유인하게 된다. 그가 어떤 사람일지라도 자기 자신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면 불구대천의 원수로서 서로 싸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우리는 그가 현재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면 좀 더 잘해 줄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라도 선의로 대하며, 그에게 다른 사람이 될 것을 요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쇼펜하우어) 악의 유혹에 빠진 사람을 잔인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자신도 남에게 위로받은 적이 있는…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어요. 교통법규를 제멋대로 무시할 때 말이지요. 그렇다고 멱살다툼을 할 순 없잖아요. 무시하는 그도, 지켜보는 우리도, ‘어른’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으니까요. 화가 나서 경적을 울려대는 사람도 있긴 했어요. 바쁜 일이 있거나 성마른 성격 탓이었겠지요.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했어요. 다른 차로와는 달리 오른쪽 바깥 차로만 꽉 막혀 있었으니까요. 사고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앞서가던 차들이 차로를 변경하며 추월하기 시작했어요. 급할 것이 없는 우리는 차로를 고수했지요. 장례식장으로 조문을 가는 중이었거든요. 대여섯 대의 앞차가 추월해서 나간 뒤에야 문제의 트럭이 꽁무니를 드러냈어요. 짐칸에 채소를 가득 실은 1톤 트럭이었어요. 사고가 있었거나 고장이 난 것 같진 않았어요. 비상등을 깜빡이며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는데 있었어요. 걸어가도 그것보다 느릴 순 없었으니까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싶을 즈음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비상등을 켜고 기어가는 트럭 앞에는 허리 꾸부러진 할머니가 있었어요. 손수레를 밀고 가는 할머니였어요. 할머니의 손수레에는 차곡차곡 쌓은 빈 박스가 한 짐이었어요.
클로이 모레츠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마더/ 안드로이드’에는 ‘KOREA’가 두 번 언급된다. 안드로이드의 공격을 피해 살아 남기 위해 보스턴으로 가려는 주인공들은 궁극적으로는 ‘한국으로 가는 배를 타겠다’고 말한다. 덧붙이기를 ‘거기가 가장 안전하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극 후반에 이들은 실제로 한국으로 가는 기회를 얻는다. 아이를 낳은 여주인공 G(조지아, 클로이 모레츠)는 두 다리를 잃은 아이의 아빠 샘(알지 스미스)과 함께 한국에서 온 요원 셋을 만나 갓 낳은 아이를 눈물과 함께 한국으로 보낸다. 특히 뒷 장면은 6·25 전쟁 후 숱한 전쟁고아를 미국으로 입양 보냈던 시대를 생각하면 이상한 데자뷔를 준다. 이제는 미국인들이 전쟁보다 더한 전쟁을 겪으면서 아이를 거꾸로 한국으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영화 속 AI 인공지능 안드로이드의 반란은 어쩌면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을 은유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다만 이상한 것은 한국 쪽에서 나온 여성 두 명, 남성 한 명의 복장과 스타일인데 이들 모습이 남한보다는 북한 사람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만든 제작진의 디테일이 조금 떨어진다는 감을 준다. 그들에게는 남과 북이, 남한 사람
- 난데없는 ‘멸공놀이’를 한 자들 신세계의 정용진, 검찰총장 출신 야권 후보 윤석열, 정치인 나경원 그리고 여기에 판사와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까지 가세해서 최근 SNS에서 차례로 난데없는 “멸공(滅共)” 놀이를 해 대중의 흥밋거리용 주목을 받았다. 사안이 대단해서라기보다는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부여해준 다소 희극적인 기회였을 뿐이다. 여기에 등장한 것이 멸치, 콩에다가 ‘멸공’과 ‘자유’라는 단어였다. 보통 시민들이 이랬다면 당연히 “뭐야, 애들 장난해? 돌았나?”할 법한 일이었다. 이런 시시껍적한 것까지 기사화하는 언론 또한 경멸을 당했을 것이다. 3류 황색신문이 되는 꼴이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이들 네 사람은 아직도 빨갱이 잡기에 광분했던 매카시즘의 동굴 속에서 살고 있는 걸 알게 된다. “이념적 크레마뇽인” 상태다. 이게 이 나라 특권동맹세력의 머리를 관통하고 있는 정신세계의 단면이다. 시대의 변화와 미래 궤도에 대한 이해가 철저하게 망가져 있다. 뇌가 총을 맞았다. 대단한 사회적 메시지인양 자신들의 SNS 놀이를 장면 연출용 미장센(mise en scene)처럼 도구까지 등장시켜 암시적으로 유포하는 듯 했다. 그러나 여기서 확실해진…
정부가 지난달 말일에 내놓은 ‘2022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확대해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현재 충청권·호남권·경북권·경남권에 설치돼 있는데 올해부터 수도권을 더해 전국 5개소 권역별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해 12월 3일부터 공모를 시작해 13일 공모를 마감한다. 수도권 권역에 속하는 지역은 경기·인천·서울·강원 등 4곳이다. 이들 지역에 소재하는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대상이다. 선정평가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선정되면 음압병실 30개실과 중환자실 6개실 등 총 36개의 음압병실과 2개의 음압수술실, 외래관찰 병상 2개 등 독립적인 감염병동 구축을 위해 449억여 원을 지원한다. 감염병 전문병원의 주요 역할은 감염병 환자 진단‧검사 및 격리‧치료 외에도 권역 내 의료기관 감염병 대응 전문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이다. 시·도 간 환자 의뢰 및 회송 체계 관리 등 권역 내 감염병 위기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경기도는 지난 5일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 등 감염병 위기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분당서울대학교병
‘한 순간, 생의 모든 것이 지나가는 눈빛’이란 말을 이해한 것은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감독: 노먼 주이슨)’에서 신부 아버지로 분한 차임 토폴을 통해서다. 신기하고 존귀한 선물이면서 애간장을 끓게 하는 십자가, 자식이란 존재를 통해 겪은 희노애락애오욕의 길고 긴 세월을 단 몇 초로 표현해냈다. 명배우의 눈빛만이었을까. 그 눈빛을 더 빛나게 했던 것은 결혼식 장면 내내 흐르던 노래였다.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 그 노래는 사춘기 때 라디오 심야방송을 통해 처음 들었고 자주 들었다. 카카오 함량 높은 초콜릿처럼 달콤하기보다 쓰고 음울했던 멜로디에 콧날 시큰했던 기억도 나는데 사춘기의 감상만은 아니었다. 작사가 셀든 하닉은 처음 노랫말을 쓴 후 작곡가 제리 복의 부인에게 보여주었는데 부인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작사가의 누이 역시 노랫말을 보고 울었다. 이 소녀가 내가 키운 그 아이인가/ 이 소년이 놀고 있던 그 아이인가/이 아이들이 커가는 걸 기억 못하겠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언제 그 소녀가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나/ 언제 그 소년이 저렇게 키가 컸나 /저 애들이 작았던 때가 어제가 아니었나 / 해가 뜨고 해가…
착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악을 행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제심이 중요하다. 그 자제심은 되도력이면 일찍부터 습관을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 어릴 때부터 그것이 몸에 배여 있으면 우리의 덕행은 견고한 것이 될 것이다. (노자) 언어에 의한 해독은 명백하다. 우리가 우리의 언어에 의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보지 않는다 해도 그 해독이 큰 것은 마찬가지이다. 총에 맞은 상처는 나을 수 있지만, 언어에 의한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는다. (페르시아 격언) 사람들이 그처럼 매혹되어 있는 모든 것,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그처럼 골몰하고 있는 것, 그러한 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행복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골몰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 갈망하는 것 속에 자신들의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손에 들어오자마자 그들은 다시 안절부절못하고 아직 손에 넣지 못한 것을 바라며 남들이 갖고 있는 것을 부러워한다. 마음의 평화는 헛된 욕망의 충족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 같은 욕망을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그러한 헛된 욕망을 만족시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