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이렇게 썼다. “학생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건 옛날부터 내려온 영장류의 의식적인 성교형태라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그래도 선생님들이 체벌을 계속할지 의심스럽다.” 교육부에서는 최소한의 체벌을 허용하면서 관련 규정 정교화에 힘쓴 시절이 있었다. 체벌은 결코 교육수단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강력해지자 결국 일체 금지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의 매’를 강조하는 사람도 많았고, ‘대체벌’(운동벌, 학습벌 등)이라는 생경한 대안도 나왔고, “학습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교육권도 보장하라!” “학교와 교실이 무너진다!”는 아우성과 호소도 있었다. 요즘은 간혹 교사가 학생에게 맞았다는 소리는 들려도 교사가 학생을 때렸다는 얘기는 좀체 들리지 않는다. 또 학생 간 폭력을 법(규정)으로 해결하게 되면서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학부모가 늘고 심지어 변호사를 들이대기도 한다. 교사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학생이 사라진 것도 큰 변화일 것이다. 예전에는 일단 불러 세워 놓으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고 묻지도 않
연대를 표현할 때 서양은 BC와 AD를 쓴다. 그리스도 탄생을 전후로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눈다. 그리스도 탄생이 그 기준점이다. 내 역사에도 기준점이 되는 지점이 있다. 섣달그믐 무렵이면 부엌은 부산했다. 아궁이에선 장작불이 타고 가마솥에서 하얀 김이 솟아올랐다. 엄마와 할머니는 며칠 전부터 수정과며 식혜를 만들고 만두를 빚느라 종종걸음을 쳤다. 2㎞가 되는 길을 걸어 방앗간에서 가래떡도 빼왔다. 종일 언 논에서 썰매를 지치던 동생들은 무릎이며 바짓단이 푹 젖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흙이며 지푸라기를 묻히고 얼굴은 빨갛게 얼어서. 그리고는 꽁꽁 언 다리를 아랫목 이불에 집어넣고 앉아 강정을 먹거나 얼음 낀 차디찬 식혜를 받아먹었다. 매년 설은 추운 날을 잡아서 돌아왔다. 코끝이 찡하게 얼어붙을 것 같은 매운 날만 골랐다. 처마의 고드름도 가장 길게 늘어지는 겨울의 강심. 그 한복판에 낀 설. 눈밭에 떨어진 귤처럼 달력에도 내리 사나흘 빨간색으로 설 연휴가 끼어 있었다. 설 아침에는 늘 고민을 했다. 차례가 끝나면 제사상에 놓인 음식 중에서 무엇부터 먹을까가 나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곶감, 옥춘사탕, 약과, 젤리. 어느 것 하나 뒤로 세워놓을 수 없었다. 최
‘창조도시 성남’ 새해 청사진 “2020년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먼저 미래를 볼 수 있는 창조도시 성남을 향한 도전의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지난 1월6일 시청 한누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4차 지식산업 기반 아시아실리콘밸리 육성과 ▲원도심의 성남산단 재생사업 계획 ▲소각장 신규 건립 ▲철도사업 등 시정 주요 시책을 발표했다. 이에 성남시민들의 기대와 은수미 시장의 의지가 필요한 여러 사업들이 올 한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점검했다. 4차 지식산업 기반 아시아실리콘밸리 성남시 민선7기의 핵심 공약사업인 아시아실리콘밸리는 판교1·2·3테크노밸리, 분당벤처밸리, 성남하이테크밸리, 위례 비즈밸리, 바이오헬스산업벨트 등을 이어 첨단기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먼저 올 1월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창업지원센터가 문을 연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기업을 지원하는 ‘메이커스페이스’도 가천대 내 3월에 들어선다. 또 시는 판교권역을 ‘판교 콘텐츠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각종 규제특례 적용이 가능한…
우리에겐 ‘미풍양속’형 세시 풍습이 많다. 조선시대 설날 임금에게 지어 올린 연상시(延祥詩)를 대궐의 기둥에 써붙인데서 유래했다는 입춘첩(立春帖)도 그 중 하나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새봄이 시작되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 ‘우순풍조 시화연풍(雨順風調 時和年豊)·비가 적당히 내려주고 때맞춰 바람이 고르게 불어주니 풍년이 든다’,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평안하니 집집마다 넉넉하다’란 글귀를 대문에 붙여놓고 이웃의 행운과 안녕을 기원했다. 그리고 막연함으로 빌지 않았다.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함께 실천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일 년 내내 횡액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춘 전날 밤 각자 생각한 선행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동네 골목을 빗자루로 쓰는 작은 일에서부터 불우이웃을 돕는 일 까지 내용도 다양했다.이런 선행은 아무도 볼 수 없는 밤에 주로 이뤄졌다는 데서 진정성도 느낄수 있다. 비록 매년 찾아오는 절기이지만 해가 바뀌었다고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전역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병원체)로,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다. 감염되면 약 2~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37.5도) 및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폐렴이 주 증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를 당혹케 하는 것은 아무 증상이 없는 사람으로부터도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월 1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만1천791명, 사망자는 259명이라고 발표했다.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는 모두 지난 20일 공식 통계를 발표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로 앞으로 더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15명으로 늘었다. 특히 2차 감염자로 확인된 6번 환자의 가족 중 2명도 무증상 감염으로 확인돼 3차 감염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지구는 지난 15년 간 동물에게서 인간에게 전파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사스’와 ‘메르스’를 경험했다. 사향고양이에게서 전파된 사스(SARS,
요즘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아갈 때마다 가슴이 벅차다. 평소 너무나 좋아하는 제니 홀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개 층을 가로지르는 로비의 높은 천장에는 LED 기둥이 매달려 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현대 여성 문학가 한강, 김혜순, 에밀리 정민 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소설 속 문구들이 실린 사인물이다. 문구들은 전파를 타고 하늘을 향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기둥은 느닷없이 움직이며 길어졌다 줄어들었다 한다. 과천관에는 호수 다리의 대리석 난간에 제니 홀저의 아름다운 문구들이 새겨놓았다 한다. 조만간 그곳에도 한번 가봐야겠다. 제니 홀저는 시각 예술가이지만 언어를 활용한다. 그는 도시의 풍경 속에, 일상의 소품 속에 자신이 직접 적은 경구들을 새겨놓는다. 그의 경구 속에는 잔잔한 감동과 예리한 찔림이 있다. 묘비에 새겨놓은 문구처럼 여러 번 곱씹게 되는 문구이며, 인생의 교훈을 주는 문구이다. (실제로 제니 홀저는 묘비 위에 글을 새기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평소 잔소리도 싫어하고 자기 계발서의 조언들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제니 홀저의 글은 참 좋았다. 그의 경구는 도시의 풍경을 배경으로 물처럼 공기처럼 잔잔히 흐르곤
이 땅에 화로가 되어 /박병두 굶주린 사람, 병든 사람, 외로운 사람도 오늘 그대가 부르는 따뜻한 노래 때문에 추운 땅이 녹듯 해가 떠 빛을 쬐었다. 가파른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오늘이 그대의 땀과 눈물이 모여 경제를 이끌었고, 고뇌와 시름으로 경제만을 걱정하던 날선 바람들이 저 가난한 사람들을 강인하게 일으켜 세워주었다. 칼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동장군처럼 흔들림 없이 그대는 자신보다 그들을, 가족보다 국가를 생각했다. 출구 없는 위기의 경제가 슬프니, 오히려 힘이 되어 된바람이 부는 창살 없는 감옥에서도 그대의 용맹한 정신이 길을 찾는다. 외로운 사람들이 있어, 그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천만리 만만리 길을 찾아가야 한다. 어제와 오늘이 다름없는 경제의 선상에서 풍요를 염원하는 그대의 충정한 외침은 더 큰 희망으로 가슴에 남는다. 윤택한 경제를 꿈꾸는 그대의 숭고한 바람이 오늘 이 땅에 화로가 되어 태양처럼 더 크게, 더 넓게, 더 따뜻하게, 웅장하게 일어날 것이다. = 경기 중소기업인 ‘G포럼’에 부쳐, 헌시 ■ 박병두 1964년 전남 해남출생,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아주대학원 국문학과, 원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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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오가는 사람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은 마스크를 썼다. 평소 사람들로 넘쳤던 곳일수록 최근에는 뜸하다. 방송은 시시각각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를 내보낸다. 신문들도 연일 호들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증후군’이다. 외국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응은 문재인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부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일부’ 언론이다. 위기상황이라면 폄훼는 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망각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노무현 정부때 발생한 사스(SARS)퇴치에 전세계 모범국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다. 뒤이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때 발생했던 신종플루(H1N1)와 메르스(MERS) 대응이 미숙했으니 그랬을수도 있겠다. 심지어 메르스는 세계 2위 발병국이었다. 부끄럽게도 당시 ‘일부’ 언론들은 ‘양들의 침묵’이었다. 언론보도의 전제는 사실 확인이다. 그렇지 않은 보도는 전파와 지면의 낭비에 불과하다. 최근 ‘일부’ 언론의 칼 끝에는 ‘정부의 방역대응 미비’라는 야당 주장만이 매달려 번뜩인다. 그런데 정부의 검역인원 증가 요구가 야당의 반대로 대부분 묵살됐으니 야당은 누워서 침을 뱉았다. 확인해보자. 국회는 ▲2017년 재정부담 등 이유로 71명
WHO가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가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에 해당한다고 선언했다. 세계 각국 정부들도 중국발 항공편 제한, 여행과 교역 제한 등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중국인의 국내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동의한 국민이 6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이 중국에 머물고 있는 모든 자국민에게 중국을 떠나라는 강제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각국은 중국 우한의 자국민들을 데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두 차례에 걸쳐 전세기를 우한에 보내 교민 700여명을 귀국시켰다. 이들은 지금 아산과 진천에 격리·보호되고 있다. 처음엔 우한 교민 수용을 반대해온 진천·아산 주민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교민 수용을 허용했으며 집회용 천막까지 검역소로 사용하라고 내놓았다. 참으로 위대한 국민들이다. 아무튼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전국의 관공서와 단체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정월대보름 행사 등 각종 행사를 전면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입학·졸업식과 공연, 전시회도 취소됐다. 일부 학교에서는 개학을 연기했으며 예비군 훈련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