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책이 장기간 시행되면 흐지부지해지거나 변질·왜곡되기도 하지만 절실한 것이면 어떻게든 이루어지게 된다. 1980년대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연수도 적절한 사례의 하나일 것이다. 그 연수는 1990년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거의 모든 연수에 단골 강좌가 된 건 말할 것도 없지만, 주로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전문연수로 추진되었고 마침내 연차적으로 순번을 정해놓고 그 대상자를 차출했는데 연수 결과가 일일이 등재되어 모면할 방도도 드물었다. 연수 내용은 간단한 문서 작성을 통한 단축키의 기능 설명 등이 중심이었고 아직 컴퓨터가 전면적으로 보급되기 전이어서 해를 거듭할수록 답보적인 경향이었으므로 따분할 때가 많았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되는 단축키의 기능들은 상대하기조차 싫어서 어떤 핑계를 대면 빠질 수 있을지 온갖 궁리를 다했다. 허구한 날 뭘 하겠다고 별 소용도 없는 타자 연습을 하고 F1, F2, F3…을 암기하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돌연 PC(personal computer)가 앞앞이 배당되었다. 한동안 책상 위에서 덩그러니 자리만 지켰지만 그것도 한 때여서 곧 너도나도 부팅을 시작했다. 주로 문서작성이긴 해도 재미…
경자년(庚子年) 흰쥐띠해가 밝았다. 땅의 기운을 담은 12지와는 달리 10간은 색상과 방위, 그리고 자연의 기운을 상징하는데 5가지의 색으로 나누어진다. 청색(갑·을), 적색(병·정), 황색(무·기), 백색(경·신), 흑색(임·계)로 구분되니 경자년(庚子年)은 백색의 쥐해가 된다. 한 해가 시작되면 각 직장마다 신년하례식으로 문을 열게 된다. 신년 하례식(新年賀禮式)은 새해를 맞이함을 서로 축하해 예를 차리는 의식이다. 직장을 다녀본 사람들은 으레 해마다 이 신년하례식을 통과의례처럼 치르게 된다. 오래하다 보니 무감각해져 이걸 왜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이색적으로 치러지는 이벤트가 겸해지기도 한다. 무술년(戊戌年)이던가.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모 정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서는 ‘이색적으로 책과 함께하는 신년하례식’이 열리기도 했다. 당 대표가 독서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참석자들이 직접 읽은 추천도서를 모아 복지단체 및 군부대에 기증한다고 밝히며 하례식을 치러 화재가 되기도 했다. 조금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모 대학에서는 ‘福 나눔’ 이색행사를 했다. 아시아권 각 나라의 전통선물을 통해 새해 ‘복(福)’을 나
■ 수원 아태 환경장관포럼 2011년 ‘환경수도’를 선언한 수원시에서 2020년 9월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일정으로 ‘제4차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포럼’이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환경부는 지난 9월 19일 세계 41개국 환경장관 등이 참여하는 국제포럼 유치경쟁에 나선 부산·인천광역시를 제치고 수원을 개최도시로 선정했다.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포럼이가져올 효과와 수원의 준비 사항 등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수원에서 2020년 9월 8일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포럼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관하는 유엔환경총회의 지역별 준비회의로, 아태지역 41개국 정부와 국제기구, 민간단체 대표 등 500여 명이 참석해 국제적인 환경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포럼에서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화학물질 관리 등 다양한 환경분야 현안에 대한 논의와 비전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파리협정체제 출범에 따른 세부이행 방안과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전략 수립 등 지구의 환경위기 극복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기초자치단체로는 드물게 국제적인 행…
지방정부의 재정이 날로 열악해지면서 지방자치단체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기에 현재처럼 중앙정부에 재정이 예속된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분권이 왜 필요하고, 어떤 과제가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지방소멸 위기, 지방 대도시까지 확산 소멸고위험 시군구 11곳·진입도 78곳 세입 배분 광역 64.1%·기초 35.9% 세출은 거꾸로 광역 26.2% 기초 73.8% 지방, 광역·중앙 의존도 높은 게 현실 염태영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 대표회장 “지자체 예산 집행시 자율성 필요” 재정분권은 국가의 가치 지난 11월 26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단이 국회를 향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등 자치분권 관련법 국회 통과 촉구문’을 채택하고 “지방소멸 위기는 자치분권의 강화로 풀어갈 수 있으며, 이는 지방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국가의 가치”라고 주장했다. 전국협의회 회장단이 요…
새해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 12·16 종합부동산 대책 등이 본격 시행되는 올해에는 세제·대출·청약 등 부동산 관련 제도들이 크게 바뀐다. 특히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고가주택에 대한 세금이 강화되고, 다주택자의 취득세가 오르는 등 고가·다주택자의 전반적인 세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청약 재당첨 제한이 강화되고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본격화되는 등 분양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고돼 있다. 2020년 경자년에 새로 시행되거나 바뀌는 부동산 제도를 정리했다. 1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당장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을 양도할 때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축소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소득세법에 따라 토지나 건물의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보유 기간을 고려해 일정금액을 공제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 소유자들도 1가구 1주택이라면 거주 여부나 기간에 관계없이 9억원 초과 양도차익에 대해 최대 80%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1월부터는 매도하는 주택에 2년 이상 거주해야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만약 2년 거주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1년에 2%씩, 15년 이상 보유시에도 최대 30%까지만 양도세가 공제된다. 다만 이…
올해부터는 만 18세 청년들도 대통령과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을 뽑는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국회가 지난달 27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3학년인 만 18세 학생도 투표권을 갖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당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만 21세였다. 그 후 1960년 만 20세, 2005년 만 19세로 낮아졌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한 살을 내려 만 18세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18세 선거권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조는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18세부터는 성인이라는 뜻이다.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35개국이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주는 국가였다. 나머지 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는데 이번에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서는 만 18세에 혼인을 할 수 있다. 군대에 입대할 수 있고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으며 공무원시험도 볼 수 있다. 18세부터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를 감상해도 된다. 음주와 흡
한 햇동안 조직의 방향은 장(長)의 새해 다짐에 고스란히 깃들어있다. 그 다짐이 담겨있는 것이 ‘신년사’다. 그런 이유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신년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0년 경기도가 헤쳐나갈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신년사에서 크게 다섯가지를 약속했다. ▲공정사회 완성 ▲평화시대 준비 ▲도민복지권 보장 ▲상생 경제 선순환구조 확립 ▲도민 생활환경 개혁 등이다. 지금처럼 잘 하리라 믿지만 무언가 아쉽다. 장애와 문화예술에 대한 언급이 빠져서다. 백번 양보해 장애정책은 ‘도민복지권 보장에 녹아내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문화와 예술은 여전히 뒷전이다. 이 지사의 아킬레스건이 문화와 예술이라는 말은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이 분야에 배치된 인력들을 보면 틀린 말도 아닌듯 싶다. 물론 도지사와 그 측근들이 모든 분야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을 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취임 후 1년 6개월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이 지사와 측근들에게 묻고 싶다.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논외(論外)로 취급하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다. 문화와 예술을 변방으로 취급한다면…
언젠가부터 눈을 감는 버릇이 생겼다. 마음이 힘들 때 그리고 누군가가 그리울 때 그냥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눈꺼풀을 닫는 것 이상으로 눈을 감는 행위는 생각을 확장시킨다. 생각은 추억과 사람을 소환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보면 눈은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다양한 우리의 감정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인 셈이다. 그래서 필자가 대인관계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눈맞춤이다. 눈을 보면 상대의 기분이나 깊은 마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마음이 아프면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눈은 눈물로서 또는 눈을 감음으로써 힘듦을 표현할 수 있다. 입은 거짓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눈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눈을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던가. 눈맞춤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초적인 단계로 사회심리학분야에서는 이 눈맞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되어왔다. 심리학자 메러비안은 소통을 위한 상호작용에는 말과 같은 언어적인 것과 손짓, 표정, 눈짓과 같은 비언어적인 것이 있는데 우리가 상호작용을 할 때 의외로 비언어적인 수단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밝혔다. 일
부하들의 존경과 사랑도 함께 받아 조선은 문인의 나라였다. 따라서 무인의 졸기(卒記)가 ‘실록’에 실리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그러나 이완의 경우는 달랐다. ‘실록’에 그의 졸기가 죽기 전에 올린 상소문과 함께 실려 있다. 그가 훈련대장을 거쳐 우의정까지 역임했기 때문이다. “삼가 살피건대, 이완은 쇠퇴한 세상에 불쑥 솟아오른 하나의 인재였다. 인조 때부터 군사를 잘 처리한다고 이름이 났었다. 효종 초기에 구인후를 대신해 훈련대장이 되었는데 사나운 병사들이 굴복하여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였다.” -우의정 이완 졸기 중에서 “이날 도성의 모든 백성들과 각 병영의 군교들이 모두 달려와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류혁연의 행장 중에서 경신환국(1680)으로 역모에 몰려 류혁연이 사약을 받았을 때의 모습이다. 류혁연은 10년 뒤 복권되어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이처럼 이완과 류혁연 모두 부하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장수였다. 그렇다면 장수로서의 이완과 류혁연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실록’과 ‘승정원일기’를 살펴보면 두 사람 모두 병법에 해박하고 기사(騎射)를 비롯한 무예 실력이 탁월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완은 자신이 타는 말의 먹이를 손수 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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