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를 두고 우리 집에 자주 오시던 할머니가 계셨다. 유럽의 귀부인처럼 아래 위 한 벌로 된 예쁜 블라우스에 긴 치마를 입으시고 모자를 쓰시고 핸드백을 든 손엔 흰 장갑을 끼고 다니셨다.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조금도 흐트러지게 하고 한 번도 다니시는 적이 없는 멋쟁이 할머니셨다. 사부작사부작 걸어오셔서 문을 조금 열고 안을 살피신 다음 들어오셔서 늘 같은 자리에 앉으셨다. 옷차림뿐만 아니라 걸음걸이도 새색시 그대로였다. 음식도 조금씩만 드신다고 하시고 여자는 많이 먹고 살찌면 안 된다고 하시는 할머니는 차츰 안면을 트고 말을 섞게 되자 조금씩 자랑을 시작하셨다. 어느 날엔 꽃을 꺾어 오셔서 내 생각이 나셔서 가지고 오셨다고 하시고 어느 땐 가방에서 토마토를 꺼내 놓기도 하셨고 빨갛게 잘 익은 대추도 손에 쥐어 주기도 하셨다. 그렇게 새색시 같은 멋쟁이 할머니가 알고 보니 거의 십년을 혼자 지내시는 독거노인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남들에게 추하게 보이고 싶지 않으셔서 자신을 가꾸시며 옷차림에도 늘 신경을 쓰시는 천상여자라고만 생각했다. 연세는 아흔 여섯이셨는데 언제나 소식을 하시고 아침이면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운동을 하셨다. 그런데 사람이…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바로 60년만에 돌아 왔다는 ‘황금돼지’의 해라고 한다. 많은 동물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중 상징적인 의미의 돼지는 부(富)의 상징이고 다산(多産)을 의미하는 동물이라서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울 때를 맞이하다 보니 다른 여느 해와 달리 황금돼지의 해에 대한 남다른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암울한 한해를 보내고 새해에도 끝나지 않고 지속될 것이란 것을 반영하듯 2019년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했다. 뜻 그대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란 뜻이다. 그 의미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개혁과제를 중단 없이 추진해 달라는 당부를 담고 있다고 하였으나, 반대로 과거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되는 현 정부에 대한 무능과 안일한 행태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지적도 있다. 이는 현 정부가 초심을 잊지 말아 달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이 2018년 4월 30일 발표한 설문조사…
슬픔에 관한 짧은 리뷰 /이채민 피가 그을리고 쪼그라진 심장에 물집이 생겼다 혈관을 뛰어다니던 피들도 조용히 제자리걸음이다 수많은 전쟁에도 끄떡없던 내 안의 교회와 성당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누구의 뼈가 부러졌는지 바람도 나도 많이 흔들거렸다 생의 중심에 고여 있던 너를 비워내는 일이 나무와 돌과 새들이 우는 일과 같다는 것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므로 슬픔은 기쁨만큼이나 가장 기본적인 체험의 정서이다. 혈액순환이 약해지고, 호흡이 완만해지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흔히 눈물을 흘린다. 무력감과 함께 허무감이 찾아온다. 어떤 사람은 꽃이 지거나 가을만 되어도 비애를 느끼며 울기도 한다. 슬픔이 심화되면 스스로를 외부 세계와 차단한 채 내부로만 빠져들어 극단적으로는 자살에 이르게까지 한다.슬픔을 가장 강렬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석판화 ‘슬픔’을 들 수 있다. 잔뜩 웅크린 채 얼굴을 파묻고 비탄에 잠긴 나체의 여인은 슬픔의 실체를 그대로 웅변한다. 아무런 보호막 없이 벗겨진 알몸과 얼굴을 완전히 팔과 무릎에 파묻고 울음 우는 형상은 비애로 가득 찬 인간의 운명과 고통을 처절히 보여준다.시인은 지금 슬프다. 아니…
안산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단 지역 중 하나다. 우리나라 최대의 ‘다문화 도시’가 된 이유가 바로 지역 공단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단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 안산 상공회의소가 지난 8일 발표한 안산지역 경제 동향에 따르면 2018년 10월 가동률은 73.0%였다. 한 달 전 보다 3.3%p 증가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전국평균 81.4%에 비하면 8.4%나 낮은 것이다. 이에 따라 생산액도 크게 감소했다. 생산액은 3조6천488억원으로 전월보다 1.5% 줄었다. 2017년 10월과 대비하면 무려 16.9%나 감소했다. 이러니 고용인원도 15만5천318명으로 전월대비 0.3%, 전년 동월대비 6.5% 하락했다. 수출도 전년 같은 달 대비 12.7% 감소했다. 안산시는 우리나라 전통산업의 중심으로써 2만개 이상의 공장이 있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와 고용노동환경 변화로 가동률이나 고용인원이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안산시는 최첨단 혁신산업 중심으로 변신해야만 안산의 도시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안산사이언스밸리’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산사이언스밸리는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경기테크노파크, 스마트제조혁
친인척과 지인 등의 목포 ‘문화재 거리’ 건물 무더기 매입으로 투기 논란에 휘말린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20일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탈당했다. 문화체육관광위 상임위원직도 내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손 의원의 이날 기자회견은 의혹들과 관련해 자신의 결백을 말하는 정치적 주장의 장이었지, 사실을 규명하고 의혹을 해소하는 장이 되지는 못했다. 지인과 친인척을 통한 목포 건물 매입이 투기와는 무관하며, 목포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구도심을 재생하기 위한 ‘목포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해서 강조해서 그렇다. 공직자로서 처신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선을 그었다. 손 의원이 주장하는 선의와는 별개로 과정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없지 않다. 의혹을 제기한 해당 언론사들에 대해 고소 방침을 밝혔으니, 결국 검찰수사로 의혹의 실체가 규명돼야 한다. 손 의원과 측근들의 행위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은 차명구매를 통한 투기 또는 부동산실명법 위반 의혹, 문화재 지정 권한을 가진 문화재청을 소관 상임위로 하는 국회 문체위원으로서 목포 근대역사문화 공간 지정 정보를 미리 알고 해당 건물들을 가족과 측
‘스카이캐슬’은 여전히 명문대 진학에 목을 매는 풍경을 잔인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대학에서 A학점 받는 비법이 ‘교수님 설명을 잘 받아 적는 것’인 점은 절망적이다. 최근 서울대와 명문대 6곳에 합격한 학생이 서울대를 포기하고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에 진학한다는 희망적 소식을 들었다. 서울대 대신 의대를 가는 경우가 아니라서 더 반갑다. 현재 한국은 대학진학률은 80% 이상 고학력화 되었고, 청년 고용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눈은 높아지고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컴퓨터가 인공지능화 되고 곳곳에서 인간처럼 활동하는 로봇이 등장하고 무인 자동차가 돌아다닐 미래에는 니트족(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이 그저 평범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인(25∼64세)의 평생학습 참여율이 유럽 선진국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한국의 성인들이 평생학습을 포기하는 이유로는 명문대, 공무원, 대기업을 향한 공부가 좌절된 이후에 눈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부의 의욕을 갑자기 잃어버린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스포츠가
지금 동탄에서는 ‘협동조합유치원’ 자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만연한 유치원 비리를 타파하고자 학부모들이 직접 힘을 합쳐 새로운 유치원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 협동조합유치원이다. 성사된다면 오는 3월 개원 예정인 서울 노원구에 이어 두 번째로 협동조합 형태의 새로운 유치원 모델로 자리 잡아 운영에 투명하고 공정한 유치원으로의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상품화된 기존의 사립 유치원과 달리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오로지 아이들을 위한 투명하고 건강한 보육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협동조합형 유치원 설립과정이 이기주의라는 암초를 만나 설립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협동조합 유치원 추진 학부모들이 유치원이 들어설 적절한 공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치원 설립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교육청과 지자체가 나서서 올 3월 개교예정인 동탄 16초 옆 공사 중인 ‘이음터’의 일부 공간을 내어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학부모들이 이를 반대한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아이들을 위한 공간부재로 어려움이 많은데 몇 명의 아이들만을 위한 협동조합유치원에 이음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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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할 것 없다. 의정활동은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라고 국민들이 뽑아 줬다. 그런데 일부 의원들의 어긋난 행태에 국민들의 비난이 높다. 최근 여론의 집중적인 포화를 받고 있는 곳이 경북 예천군의회다. 예천군 의원 9명과 군의회 사무국 직원 5명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29일까지 7박 10일간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12월 23일 박종철 군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은 버스 안에서 가이드를 폭행했다. 권도식 군의원은 여성 접대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일부 의원은 호텔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벌여 다른 나라 투숙객들의 항의를 받는 등 나라망신을 톡톡히 시키고 왔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박 의원과 권 의원은 물론 예천군의원 9명 전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군의회는 15일 이른바 ‘셀프징계’를 하기 위한 본인들 끼리만의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윤리위 구성과 구체적 안건 등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 것도 답변하지 않았고,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의원들은 취재진을 피해 서둘러 빠져나갔다. 뿐만 아니라 회의 시작 전 취재진 항해 문을 닫으라고 고함을 지르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분노에 휘발유를 끼얹고 있다
정부가 17일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는 수소차와 수소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관련 산업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을 아우르는 발전 전략이 담겼다. 수소 경제는 전력 생산과 자동차 연료, 난방 등에 사용하는 연료를 수소로 바꾸면서 이를 산업화하는 것으로 화석연료 시대의 ‘탄소 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세계 수소 경제 시장이 아직은 초기 단계고, 경쟁 상대도 극소수 국가여서 수소 경제 산업을 잘만 육성하면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드맵에 따르면 현재 2천 대도 안 되는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2040년까지 620만대로 늘리고 14곳에 불과한 수소 충전소도 1천200곳으로 확대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고, 도심에 소규모 설치가 가능한 친환경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 생산을 2040년까지 원전 15기 발전량에 해당하는 15GW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 단계로 2025년까지 수소차 연산 10만대 양산 체계가 갖춰지고 수소 충전소도 330곳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될경우 2040년에는 연간 43조원의 부가가치와 42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