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나는 저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극장에선 조기에 종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영화 ‘무명’이 알 만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1930·40년대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때가 지금보다 훨씬 멋있었다. 시대도 그랬고, 예술도 그랬다. 패션은 더더욱. 무엇보다 사람들이 멋있었다. 저항할 줄 알았고, 그 와중에 즐길 줄 알았으며, 반드시 사랑들을 했다. 그것도 모두 치열하게. 지금 시대에는 사라진 단어, ‘혁명’과 ‘사랑’이 이 시대에는 존재했다. 영화 ‘무명’이 다루는 이야기는 바로 거기에 있다. ‘무명’은 1941년 상하이에서 암약한 제5열(상대 진영 내부나 후방에서 암약하는 스파이 조직)에 대한 이야기이다. 복잡한 것은 제5열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셋이라는 것이며 혹은 제5열 안에 또 다른 제5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간첩 혹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말인데, 이렇게 되면 내가 누구이고 너는 또 누구이며 우리 모두는 무엇이고 그리하여 다들 무엇을 위해 싸우고 죽이고 헤어지고 하는지 언젠가부터는 그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무명’은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런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 그 아우라가 이 영화 ‘무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