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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유동인구면 뭐하나… 수원 영통 ‘풍요속 빈곤’

영업 침체에 신음하는 상인들

“사실 삼성전자 월급날이 대목이었다는 건 예전일이죠. 누구라도 권리금만 내준다면 당장이라도 가게를 비울 수 있다니까요.” 수원시 영통구 소재 H음식점 박모(43)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2005년에 1억원을 들여 가게를 시작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오후 10시 이후로 손님이 뜸해 매달 납부해야하는 가게 운영비 마련도 힘들다”며 “가게를 내놓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성토했다.

 

음식점 등 우후죽순 생겨나 경영 악화 부채질
전문가 “절반 이상 매물 등록 찾는사람 없어”


21일 오후. 영통동 상가 거리는 문을 막 열기 시작한 상인들과 인근 아파트 주민들만이 거리를 점선처럼 잇고 있다.

한산한 거리에는 신호등 만이 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지나는 차량만이 조용한 침묵을 깼다.

오후 4시 굳게 닫힌 일반 음식점의 문을 연 신모(39·여)씨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아 가게 문을 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며 “지난해에는 오후 1시면 문을 열고 손님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지만 옆 가게들도 개점시간을 늦추고 가게를 부동산에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가 네온사인으로 환하게 빛나자 퇴근을 시작한 회사원들과 집으로 돌아오는 대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영통동 상가는 2만8천여가구 10만명의 유동인구, 삼성전자와 인접해 있어 신흥도시로 손꼽혔다는 사실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황금동선’이라 불리며 20~30대의 수준높은 중산층의 구매력, 주변 신흥상가가 더 이상 들어설 수 없을 것으로 판단, 상권 부흥기라는 전망이 딱 맞아 떨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네온사인 사이로 텅빈 가게에 형광등만 켜놓은 일반 음식점 주인들이 하나 둘 거리로 나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주인은 “인근 룸싸롱의 경우 지난해 10억원정도의 인테리어 비용을 사용, 가게를 꾸몄지만 결국 매물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연말이면 풀릴 전망이라던데, 무작정 버틸 수가 없어 한숨만 나온다”고 울먹였다.

영통동 부동산에는 상가 매물이 쌓이고 있다. 임진택 부동산TV포스트 공인중개사는 “최소 50% 이상의 상가들이 매물로 등록됐다”며 “영통동 상가 주인들이 영업 악화에 따라 대부업을 찾아 사채를 사용하고 있어 상황이 비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 등 회사 직원들이 음식점을 이용하고 있지만 예전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데다 일반 음식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상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한 실정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저녁 11시가 넘자 북적거리던 거리는 대낮처럼 한산해졌다.

바닥을 가득메운 전단지를 무심히 밟고 지나가는 고등학생, 담배를 피우며 택시를 기다리는 중년의 남자 등 거리를 메운 사람들이 서서히 네온사인 사이로 사라졌다.

그러나 상가 주인들은 밤이 새도록 가게 형광등을 끄지 못한 채 조용한 거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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