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5 (토)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DNA법 시행… 경찰수사의 변화

잠재적 흉악범에 대한 ‘무언의 경고 메시지’

지난 7월부터 범죄자들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DNA법이 시행되면서 범죄자들의 추가 범행여부도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DNA법이 시행되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이며 경찰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DNA법 시행

범죄자들의 DNA를 채취 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이 지난 7월 26일부터 시행됐다.

경찰청은 DNA법이 시행되면서 아동성폭행 등 사회적 물의를 빚는 11개 주요범죄 피의자의 DNA를 채취한 뒤 숫자와 부호로 조합된 신원확인정보로 변환해 영구 보관하게 됐다.

11개의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은 구강점막에서 면봉으로 DNA를 채취하게 되며,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DNA 감식시료 채취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채취하게 된다. 경찰은 11개 주요 범죄로 구속되는 피의자가 1년에 1만5천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해 DNA 채취 대상이 하루 평균 40명 안팎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11개 주요범죄는 최근 사회 이슈가 된 아동·청소년 상대 성폭력을 비롯 살인, 강간·추행, 강도, 방화, 약취·유인, 상습폭력, 조직폭력, 마약, 특수절도, 군 형법상 상관살해 등이다.

수형자나 이미 구속된 피의자의 DNA 채취는 검찰이 맡게 된다.

검찰은 지난 7월 26일부터 유영철과 강호순 등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한 연쇄살인범과 여아를 무참히 성폭행한 조두순,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여자 초등생을 납치ㆍ성폭행한 김수철 등 흉악범의 DNA를 채취했으며 이들 흉악범죄자들의 DNA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영구 보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는 이미 ‘사형’을 구형받아 무기징역을 언도 받은 위와 같은 범죄자들의 DNA 채취가 잠재적 범죄자들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과수 측은 “범죄자 DNA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초범자일 경우를 제외한 전과자의 검거율이 높아진다. 이미 70개 국가가 범죄 현장에서 발견한 DNA를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며 용의자를 추려내고 있다. 그 효과는 이미 입증된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90년대부터 추진했던 사안이지만 인권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아동 성폭행 등 강력범죄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현실화 됐다”고 전했다.

▲DNA법 시행 후, 미제 사건 해결

DNA법 시행이 미제사건해결에 실마리가 되고 있다.

경찰청은 DNA법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구속 피의자 30명을 상대로 47건의 여죄를 확인했다.

실제 지난 6월 광주에서 귀가중인 여성을 뒤쫓아 주먹과 발로 폭행한 뒤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등 7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A(27)씨, 지난 7월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호프집 주차장에 주차중인 승용차를 훔친 혐의로 구속된 B(16)군, 지난 6월 경기도 부평시의 한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귀가중인 여성을 주먹으로 폭행하고 성폭행한 뒤 현금 20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된 C(26)씨로부터 유전자감식을 통해 2~4건의 여죄를 확인했다.

경찰청은 DNA법 시행 후 한 달이 지난 지난달 25일까지 총 1천145명의 구속피의자에 대한 DNA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경우 DNA법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275명의 DNA를 채취 해 보관했으며, 살인 2건, 성폭력 3건, 절도 4건 등 9건의 사건을 해결했다.

실제 경남 마산의 한 주택에 침입해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던 범인이 경찰의 DNA 분석으로 7년여 만에 붙잡혔다.

성남중원경찰서는 지난달 성남지역에서 발생한 강제추행 사건을 수사하던 중 성폭력 전과 등이 있어 용의선상에 오른 K(36)씨의 DNA를 검사해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마산 성폭행사건 피의자를 지난 7월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K씨는 지난 2003년 4월 18일 경남 마산에 있는 A(당시 24·여)씨의 집에 침입해 A씨를 성폭행하고 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시 사건 현장에 남아 있던 피의자의 정액이 묻은 수건에서 채취한 DNA와 K씨 타액의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통보받고 강도강간 혐의로 K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어 9월 7일 경상남도 거창경찰서는 경기도 연천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을 DNA채취로 3년 만에 검거했다.

경찰은 7일 귀가하던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거치고 달아났던 A씨(45)를 붙잡아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6년 12월 30일 오후 11시50분쯤 연천군 전곡읍 소재 한탄강 공사현장 인근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B씨(23·당시 20)에게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속여 차안에서 성폭행하려다 얼굴과 허벅지에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절도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구강 세포를 채취해 국립과학연구소에 DNA 감정을 의뢰한 결과 3년 전 B씨를 성폭행하려한 범인의 유전자와 일치한 것으로 드러나 검거했다고 밝혔다.

▲혼란과 과제는?

경찰 일부에서는 DNA법 채취 범위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 법은 11개 주요 범죄 피의자의 DNA를 채취한 뒤 영구보존할 수 있도록 했지만 단순절도 사건 피의자의 DNA를 채취했다가 위법성 논란에 휩싸이는 게 그 예다.

영구보존 대상 범죄를 제한하고 있지만 채취대상 범죄까지 11개로 제한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 수사에 활용하고 폐기한다는 것을 전제로 11개 이외 범죄 수사에도 DNA채취는 가능하지만 단순절도범 등 불구속 입건된 피의자에 대해 DNA채취를 하는 곳도 있고, 하지 않는 곳도 있어 제각각이다.

경찰이 필요에 의해서 DNA를 채취하거나 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경찰수사 관행으로 인해 해결의 실마리가 있는 미제사건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수원 서부경찰서와 남부경찰서 일부 수사팀의 경우 불구속 입건된 피의자에 대해서는 DNA채취를 하지 않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채취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인권침해 논란의 소지도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단순 절도범 등 불구속 입건된 피의자에게 DNA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인권 침해 등의 논란의 소지도 있어 법 개정이 수반되지 않는 이상 모든 수사 대상자를 상대로 DNA를 채취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김병록 과학수사계장은 “DNA법이 시행되면서 미제사건 해결이 잇따르고 있고 경기경찰도 DNA채취로 인한 사건해결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