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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철거중인 동네 “남아있어 미안합니다”

수원 고등동 재개발지구 225세대
자격 안돼 보상 못받고
돈 없어서 당장 못 나가
소음·공포 시달리기만

“제발 4월 말까지만 남아있게 해주세요. 당장 돈이 없어 못 나갑니다. 미안합니다.”

지난달 29일 고등동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지장물 철거 현장.

이미 약 97%의 세대가 이주해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고 빈집 앞에 고물과 쓰레기들이 어지럽혀져 있어 음산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굉음을 내며 요란하게 철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때려 부수기 시작해 심란해서 일도 못 간다”며 철거 작업을 지켜보던 주민 서모(66·여)씨는 “불안해서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밖에 나왔다”고 입을 뗐다.

서씨는 “막상 철거가 시작되니 얼른 이사해야 할 것 같은데 돈이 없어 못 간다”며 “LH에서는 30만원 주겠다며 빨리 이사하라고 재촉한다”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현재 시와 LH는 지장물 철거를 시작하면서 남아있는 225세대 주민들에게 임시이주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서씨를 포함한 225세대 주민들은 지난 2008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이사를 와서 보상 부적격 세대에 포함돼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다.

서씨는 “아는 사람이 월20만원에 내주겠다는 말에 솔깃해 이사했다”며 “여기가 개발될 지역이란 걸 알았다면 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사할 사정이 안 돼 여기서 4월까지만 좀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당장 갈 곳이 없어서 남아있는 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남은 주민들뿐만 아니라 사업지구 외 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여러모로 힘든 건 마찬가지다.

사업지구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53·여)씨는 “낮에는 철거소음에 시달리고 밤에는 낯선 사람이 빈집에 들어가거나 고물을 뜯어가 동네를 돌아다니기가 무섭다”며 “여기 주민 모두가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와 LH는 올 3월 고등동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지장철 철거에 착수해 오는 2014년 6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장철 철거가 시작됨에 따라 지구 내 6천64가구 중 5천839가구가 이주하고 225가구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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