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의 장마가 끝나자마자 무더위가 시작이다. 연일 32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전력 수요도 더욱 늘어날 조짐이다. 전력당국도 다음 주가 전력수급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전망한 예상수치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거래소는 8월 중 예비전력률을 551만kw 확보하고 있으나 둘째 주에 마이너스 103kw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정전사태인 블랙아웃 상황이 일어날 최대위기다. 전력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전력수급이 이처럼 아슬아슬한데도 우리주위엔 아직도 정부의 에너지 절약시책을 외면하는 곳이 너무 많다. 단속이 있지만 냉방기를 가동한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업소는 줄지 않고 있다. 나 하나는 괜찮겠지 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대정전으로 입을 엄청난 손실을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공공기관을 비롯 업소에서는 전력낭비를 최소화하는 등 절전 생활화 등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개개인도 언제든 전력대란이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물 쓰듯 전기를 낭비해선 안 된다. 안 쓰는 전기 플러그는 뽑아놓고 불필요한 전원은 끄는 등 일상에서 절전을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여름철 전력수요의 25%를 차지하는 전기 냉방기 줄이기도 급선무다.
공급을 일거에 늘릴 수 없으니 수요를 줄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TV를 시청할 때도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돌리고, 선풍기 대신 창문을 열어 놓거나 부채를 부치는 것도 정전사태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냉방 실내온도를 26도나 27도 정도에 맞추어도 견딜 만하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절전에 동참할 때다.
전력대란 없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려면 전력의 수요 관리도 중요하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체는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잘 따르고 전력 사용량을 의무 감축하는 등 다양한 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가동률도 줄이고 피크시간대 설비 사용을 자제하면서 위기를 이겨 나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들의 생산 역량을 무한정 위축시킬 수는 없다. 때문에 가정을 비롯한 공공기관 업소 등에서의 전기절약이 필요한 것이고, 절약된 전기는 산업에 큰 보탬이 된다. 전력 수요의 피크시기에 100만kW만 절약해도 원전 1기를 대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단순한 불편함과 경제적 피해를 넘어 사람의 생사와도 직결되며 산업도 일시적인 마비가 오는 등 엄청난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도 차제에 이 같은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단기 및 중장기 방안을 꼼꼼히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