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중심을 지나고 있다. 한껏 달궈진 태양과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소나기를 비집고 강원도로 휴가를 나선다. 고속도로 구간 구간이 정체에 들기도 했지만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에 즐겁기만 하다.
3대째 원조라는 간판을 능소화가 환하게 밝히고 있는 막국수 집으로 들어선다. 숲에서 뛰쳐나온 풀벌레 소리에 붉어지는지 검붉게 익어가는 텃마당 고추와 멀쑥하게 자란 옥수수가 고추잠자리를 불러 모으는 정겨운 풍경이다.
음식점엔 앉을 자리가 없어 번호표를 받고 밖에서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린 후 일행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지만 난리법석이다. 신발은 뒤엉켜 나뒹굴고 주문을 위해 직원을 부르는 소리며 추가 반찬을 달라고 외치는 소리로 정신이 없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막국수를 어떻게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서둘러 먹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방송의 어느 프로에 소개되었다는 현수막과 방송인과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걸어 놓았지만 이 음식점에서 서비스를 기대하기란 실로 어려웠다. 방송에서 전국의 맛집을 소개하다보니 몇 집 건너 한 집은 방송에 소개된 집이다. 심지어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성과 맛으로 승부를 건다는 현수막을 내건 집도 있으니 얼마나 많은 음식점이 방송과 원조를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홍보를 하고 매상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얼마만큼의 진정성과 장인정신을 가지고 영업에 임하느냐가 사업의 승패를 가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원조라고 주장하는 음식의 맛만큼 서비스 측면에서도 원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 봄 속초의 한 음식점을 갔다. 늦은 시간이라 들어서기가 미안했지만 한번은 꼭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라 들어섰다. 주인은 식사는 가능한데 술을 하게 되면 곤란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일행은 간단히 먹고 일어서기로 하고 주문을 했다. 처음의 염려와는 다르게 직원은 친절했다. 수시로 부족한 음식이 없는지 챙기며 오히려 우리가 시간에 쫓길까 염려했다. 보기 드문 친절이다. 스물을 갓 넘긴 젊은이는 대학에 다니는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했다.
그 청년의 친절로 우리는 매우 기분 좋은 밤을 보낼 수가 있었다. 퇴근 시간이 늦어져 짜증이 날만도 한데 전혀 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네 음식점을 찾아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했을 때 이 음식점과 직원들이야말로 진정한 원조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 후 누가 속초 여행을 한다하면 이 집을 추천하곤 한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먹는 즐거움이기도 한데 손님을 정성으로 모시는 집은 음식도 그만큼 정성들여 만들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휴가철 많은 사람의 이동이 있고 관광지에서는 특수를 노려 이런저런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매출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한 번 더 발걸음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아닌 손님을 소중히 여기고 맛과 친절로 승부를 거는 것이 진정한 프로이며 원조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