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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갈라파고스의 비극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어딜 가나 손에 검정색 작은 물건을 들고 다닌다. 지갑처럼 보이기도 하고 메모수첩 같기도 하지만 블랙베리라는 휴대전화다. 그리고 대통령이 사용한다고 해서 오바마폰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블랙베리는 보안이 생명인 대통령이 맘 놓고 쓸 만큼 대단한 스마트폰이었다. ‘쿼티’ 자판도 특별했고, 미 육군 등 군사·정보파트가 애용할 만큼 보안성도 뛰어났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 월스트리트 등 금융계, 대기업 근무자들은 물론 중소기업에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비즈니스계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때는 업무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최소한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그랬다.

스마트폰의 원조라 불리는 블랙베리가 두 손을 들었다. 애플에 밀리고, 삼성전자에 치이면서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매물로 나오게 된 것이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모토로라를 비롯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 업체였던 노키아의 몰락 이후 글로벌 시장 돌풍주역의 세 번째 쓰러짐이다. 20년 휴대전화 왕국인 노키아가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3년이었고, 블랙베리는 갤럭시와 아이폰 등장 이후 5년이라는 차이뿐이다. 모두가 변화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를 ‘자신만의 표준을 고집하다가 시장에서 고립된 현상’, 즉 ‘갈라파고스의 비극’이라 부른다. 유지는 고사하고 매각조차 수월치 않은 비운을 맞고 있는 블랙베리를 보며 다시 한 번 IT업계에 영원한 강자는 없고 소비자의 선택은 언제나 냉혹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 제조시장에서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불안하다. 추격업체들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업체들 공세가 무섭다. 화웨이 쿨패드 등 우리에겐 생소한 4대 중국제품의 자국 내 시장점유율 합계도 삼성과 비슷한 20%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전체의 규모는 7천880만 대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약 34%에 해당한다. 단일국가로는 가장 큰 시장이다. 스마트폰은 삼성과 LG의 주 수입원이다. 그리고 중국은 이러한 스마트폰의 최대 판매처다. 여기서 밀리면 어디서도 살아남기 힘들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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