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국제적 음식 중 하나가 불고기다. 그리고 국내외적으로 외국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음식메뉴이기도 하다.
불고기의 근원을 찾아보면 고구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에서는 우리조상을 맥(貊)족이라 불렀고, 이들이 구어 먹는 고기를 ‘맥적(貊炙)’이라 하여 매우 귀하게 여겼다. 3세기 중국의 진(晉)나라 ‘수신기(搜神記)’에 “맥적은 본래 북쪽 오랑캐의 음식인데 옛날부터 귀중히 여겨 중요한 잔치에 먼저 내놓는다”고도 적고 있다. 특히 맥적은 중국인의 고기 굽는 법과는 달리 미리 장(醬)에 부추, 마늘 등을 섞어 고기를 구웠기 때문에 그 맛에 있어서도 으뜸으로 쳤다. 불고기는 이 음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불고기란 말이 없었다. 불고기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한글학회가 1950년 발간한 큰 사전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전에는 불고기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숯불 옆에서 직접 구워 가면서 먹는 짐승의 고기라고. 그전에는 불고기 형태의 음식을 ‘너비아니’로 불렀다. 1939년에 발간된 ‘조선요리제법’에 나오는 너비아니 요리법을 보아도 지금의 불고기와 거의 비슷하다. 다만 요즘 불고기는 훤히 비치도록 얇게 썰어 질척하게 양념해서 철판에 올려 굽는다는 것과 너비아니는 도톰하게 저며서 잔 칼집을 내어 석쇠나 적틀에 굽는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불고기가 국민음식이 된 것은 한국전쟁 전후다. 불고기란 광복 이전 평안도 방언에만 쓰인 단어였다. 그곳 사람들이 서울로 피란 내려와 음식점을 차리면서 자연스럽게 메뉴에 등장했다. 그 뒤 ‘불고기’는 피란민을 따라 부산, 대구로 내려갔고 서울이 수복된 50년대에는 이미 온 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의 한(韓)식당에서 불고기가 사라지고 있다. 공공안전부서에서 미국 보험협회 안전시험소의 검사인증 없는 불판사용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인증 불판으로 바꾸려면 개당 3천∼4천 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불판 20개를 설치하려 해도 6만∼8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불고기전문점들이 아예 폐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을 이유로 시행하고 있는 과다한 규제 불똥이 불고기로 튀고 있어 안타깝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