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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IN]장애인의 꿈을 지지하는 사회

 

최근에 되새겨볼 만한 두 가지 일이 있었다. 외고와 국제고 등에서 해외 유학반 담당교사를 수년 간 했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는데, 얼마 전에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꿈이 없는 아이들을 보는 게 힘든 점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해외 유학을 계획하는 아이들에게 꿈이 없을 리가 있냐고 반문하자,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꿈이 없는 아이들이 안타깝게도 많다는 것이다. 친구는, 꿈이 있지만 형편이 어렵고 정보가 부족한 아이들의 진학 지도를 하는 새로운 일을 계획 중에 있었다. 친구와 오랜만에 가슴 뛰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하나는, 혼자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지인과의 대화이다. 중학교 3학년 나이가 된 아들은 최근에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허리디스크로 쩔쩔 매는 엄마, 그리고 위암수술을 크게 받은 할아버지를 보고 고쳐 주겠다고 하더니, 요즘은 여자 친구가 아프면 고쳐 주겠다는 걸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엄마는, 실제로 아들이 의사가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꿈깨!’라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들이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할 때, 실제로 의사가 될 수 있는지는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해 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되고 싶은 것이 없는,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청년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하는 아들이 대견하고, 그 꿈을 지지한다고 한다.

자원과 능력은 많지만 정작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과, 소위 ‘능력’ 면에서는 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낮지만 하고 싶은 꿈이 있고, 그 꿈 때문에 주변에 작은 행복을 주는 아이들. 참으로 아이러니다. 이 중에서 어떤 아이들이 우리사회에서 ‘인정’받고 살지는 어쩌면 정해져 있을지 모른다. 능력중심의 사회에서, 또한 장애인 복지가 너무도 취약한 우리사회에서 장애아동들이 살아갈 사회는 부딪혀야 할 풍파가 참으로 거세다. 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은 장애인 권익옹호의 영역에서도 뒤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 개념에 대한 최근의 화두는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라고 한다. 유럽의 경우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신체적 장애 중심으로 자기결정권 문제가 논의됐다면, 그래서 그 화두가 사회 안에 침투하여 장애인 복지 제도의 발전으로 이어졌다면, 이제는 자기결정권의 보편적 가치를 발달장애인들도 관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굿닥터라는 드라마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의사 박시온의 이야기를 다룬다. 병원관리자들이 닥터 박시온이 전문의로 병원에 남으려면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진단의학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하자, 그는 이를 거부하면서 잘 하는 것을 하는 것이 꿈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꿈이라고 일침한다. 그리고 소아외과 전문의로 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많은 나 자신이 참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우리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스스로 의사결정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견고하게 형성돼 있는 게 사실 아닌가? 굿닥터 박시온의 경우도 그렇고,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지인들을 보면 우리의 사고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깨닫게 된다. 또한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포용하는 것보다, 그 반대의 경우, 즉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태도를 참고 이해하려는 배려가 훨씬 크다는 것도 알게 된다.

선진국일수록 거리와 사무실에서 장애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내가 일해 온 주변에는 장애인이 극히 드물다.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는 일도 거의 없다. 우리사회 등록 장애인이 약 250만, 등록되지 않은 이들까지 합하면 약 500만 정도로 추정한다. 그들이 집에서, 시설에서 격리되지 않고, 자기의 의사를 말하고, 결정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염원한다. 그것은 거리와 사무실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가능해진다. 그런 사회가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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