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성형천국이다. 인구 대비 가장 많이 성형수술을 하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국제미용성형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기준 약 65만건의 성형수술을 시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 1천명당 13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성형의 메카는 역시 서울 강남. 그 중에서도 압구정역 일대는 성형외과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2013년 7월 현재 강남구에 등록된 성형의원 359개 중 250여개가 이곳에 밀집해 있다.
강남과 압구정에 가면 성형수술을 받기 위한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진한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병원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이곳의 풍경이 됐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린 중·고등학생들의 모습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 방학 때는 이런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형의원들의 판촉도 대단했다. 학생들을 상대로 학생증을 제시하면 저렴하게 시술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홍보는 물론이고 친구를 데려오면 더 많은 할인혜택을 준다며 유혹하기도 했다. 수술부위도 쌍꺼풀 수술, 코 성형뿐만 아니라 종아리 축소술, 사각턱 축소술, 지방흡입, 제모, 보조개 교정 등 신체 대부분이다. 학생들을 상대로 성형수술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여름방학 맞이 성형 외에도 수능을 마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능 성형’, 신학기를 맞이하여 ‘입학 성형’ 혹은 ‘신입생 성형’ 등등 명분을 붙이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신체발육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성형은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어 위험하다. 특히 미용성형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독일은 2007년, 이탈리아는 2008년 청소년 미용성형수술 금지법을 시행중이다. 지난 12일에는 대만정부가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미용 성형을 금지했다.
우리나라는 성형천국이라 그런지 아직 이 같은 법이 없다. 지난 3월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을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계류 중이다. 미용성형 풍조 확산에 따른 무분별한 조기 성형수술의 부작용을 막고 아직 신체 발육이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의 육체와 정신적 건강보호를 위해 심의를 서둘러야할 때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