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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 작은 권력도 오만에 빠지면 자신 망가뜨려

 

“저 사람 많이 변했어. 예전엔 실력에다 겸손함까지 갖췄는데, 높은 자리에 오르면 사람이 바뀐단 말이야.”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모두가 느껴본 경험일 것이다. 괜찮다고 여겼던 사람도 특정 부서의 보스(boss)가 되면 알게 모르게 성격이 변한다. 권력은 힘없는 다른 사람들을 물건처럼 다룰 수 있게 만든다. 그 직장 내 모든 사람들은 보스 앞에서 로봇처럼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다. 그리고 보스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칭찬과 찬양 일색이다. 행여 보스의 눈에 잘못 비춰질까봐 좋은 말만 해대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심리학과 ‘이안 로버트슨’ 교수는 특정인간이 권력을 갖게 되면 뇌에서 도파민(dopamine) 수치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도파민은 사람을 목표지향적인 똑똑한 인재로 만든다. 그러나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판단력이 흐려져 냉혹하고 위선적인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특정 부서의 보스는 극히 미미한 권력을 가진 존재다. 그러나 매우 작은 권력마저도 뇌의 화학적 작용을 변화시켜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존재’로 바꿔놓을 수 있다. 도파민은 목표에 정진하게 만드는 순기능이 있지만, 목표에만 집착함으로써 도덕적 판단을 무너뜨리는 역기능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뇌의 전두엽에서 도파민을 분출하게 만드는 남성 호르몬이다. 권력은 남자든 여자든 관계없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작은 직책일지라도 그 직책의 보스는 권력에 취해 자신감이 높아진다. 그리고 과감한 업무지시를 내린다. 그 지시가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는 불법이라 할지라도 개의치 않는 특징이 있다. 또한 자신만이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부하직원들을 괴롭히며 목표에만 집중한다. 앞으로만 전진하다보니 곁을 볼 수 없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즉 터널 비전(tunnel vision)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네덜란드 틸버그대학교의 ‘요리스 라메르스’ 교수팀은 실험을 통해 권력을 가지면 뻔뻔해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권력을 지닌 자들과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편법을 쓰면 공영주택에 남보다 빨리 입주할 수 있다’라는 명제를 던졌다. 권력자들은 타인들이 편법을 써서 공영주택에 입주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자신이 타인보다 빨리 입주해야 될 상황이 된다면 편법을 쓰는 것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 실험결과는 권력에 취한 사람들은 남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자신에게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신만의 터널에 갇혀 좁디좁은 시계(視界)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오만과 독선의 극치다.

권력욕이 강한 보스는 마치 마약중독자처럼 테스토스테론과 도파민에 빠져 지내게 된다. 자만심 신드롬에 빠져버린 보스는 자신과 조직을 동일시하며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조직에도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점차 거만해지면서 자신에게만 이익이 되는 불법과 탈법에 쉽게 빠져든다. 도파민은 적당한 양이 분비돼야 한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황금영역을 가리켜 골디락스(Goldilocks)라 부른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골디락스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도덕적 관념의 선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MB정부 최대 실력자 중 하나였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구호 아래 본연의 업무에 정진하던 정보기관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그때 그는 자신의 결정만이 옳은 것처럼 처신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그는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돈의 유혹은 도파민과 어우러지면 상승작용을 한다. 거만함과 자아도취에 젖어 골디락스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다른 권력자들도 돈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권력, 그것도 아주 작은 권력에 취해버린 오만이 자신을 무너뜨리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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