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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바람을 몰고 거리를 달린다. 바람의 방향을 읽지 못한 은행잎들 좌충우돌 분주하고 갑자기 몰아치는 추위에 인파로 북적이던 거리가 한산한 저물녘이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사거리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횡단보도를 건넌다.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놓기가 힘겨워 보인다. 신호등은 녹색에서 적색등으로 바뀌는데 노인은 횡단보도의 절반도 건너지 못했다. 경적을 울리는 차량과 길의 중간에 갇힌 노인, 정말이지 위험한 상황이다.

달리는 차량 틈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청년이 차량 사이를 뚫고 노인 곁으로 가서 노인을 부축하기 시작했다. 길 한복판에서 다음 신호가 바뀔 때까지 노인을 안전하게 부축하던 젊은이는 신호가 바뀌자 노인을 업고 횡단보도를 빠져 나왔다. 혹여 가족인가 하였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젊은이는 길을 잃으신 거면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며 주소를 물었고, 노인은 집은 이 근처이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거푸 했고 젊은이는 이내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얼마나 아름다운 젊은인가. 따라가서 차 한 잔 하자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망설이다 기회를 놓쳤지만 그 광경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저녁 내내 행복했다.

우리 주변에 저렇게 멋지고 건실한 젊은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고령화 사회가 되다보니 노인층이 부쩍 많아졌고 복지며 이런저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둘러보면 홀로 사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느니 오히려 혼자 사는 것이 홀가분하다는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갖은 고생해서 유학 보내 놓으니 외국에서 자리를 잡아 아예 한국에는 들어오지도 않고 연락조차 끊고 산다며 품 안에 자식이지 자식 다 소용없다고 하소연하는 등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사는 모습을 본다.

이는 누구네 집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가끔 모임자리에서 노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화두를 가지고 토론하다 보면 결론은 뜻 맞는 사람끼리 모여 살자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자식 믿지 말고 문학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서로 의지하면서 아옹다옹 살면 오히려 그것이 서로에게 부담도 없고 잘사는 비결이라고 이구동성 말한다.

생각해 보면 그것이 현실적인 대안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책임지는 생을 사는 것을 최종의 목표로 삼을 때 고령화 사회를 극복해나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자식한테 절대 올인 하지 말고 노후준비를 잘하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아직은 실감 나지는 않지만 오십 대가 되면 지혜롭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자식 집 장만에, 혼사에 모든 것을 다 내주고 나면 텅텅 빈 노후만 남겨지고 자식은 가난한 부모를 부담스러워한다. 아직은 불효자보다는 효자가 많은 세상이라 믿고 싶지만 내 몫의 노후는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준비가 필요하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운 날 우연히 만난 젊은이에게서 희망과 우리 미래의 건강함, 든든함을 보았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위태롭지 않듯 젊은이들이 버팀목이 돼 줄 때 우리사회는 건강해질 것이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푸른 상처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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