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를 갖고 정치인들이 내놓는 책의 제목만 보면 앞으로 우리처럼 좋은 나라로 발전하는 국가도 없다. 또 역경을 딛고 일어서지 않은 사람이 없고, 나라와 민족 민주주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 제목도 어디서 그렇게 좋은 문구들을 찾아내고 만들어 내는지 감탄할 지경이다. 상생과 원칙, 균형, 배려, 동행 같은 단어는 필수고 절망과 희망, 극복은 빠지지 않는 단골 수식어다.
하지만 제목만큼 내용이 충실하고 미래지향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바쁘신 분(?)들이 직접 썼다고 믿는 사람들도 적다. 내용에 현혹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제 자랑 투성이인 건 그렇다 치고 여기저기서 베낀 것 같은 소신과 주장,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의 비약 등으로 책으로서의 가치를 찾기 힘들다는 비난도 받는다. 그러다 보니 베스트셀러 반열에는 물론 오르지 못한다. 오로지 정치를 위한 홍보책자 형태의, 그야말로 이벤트성 출판기념회를 위해 급조된 선거용 책이라는 오명도 자주 쓰면서 책장의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닌 개인 출판기념회에 수천명의 사람들이 참석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이러한 비상식이 통한다. 어디 사람뿐만 인가. 전국에서 올라오는 화환까지 행사장을 뒤덮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왜 그럴까. 정치에는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권력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이유는 간단하다. 책을 통해 이력과 활동을 알림으로써 인지도를 높이고, 친지와 유력인사를 참석시켜 세(勢)를 과시하고, 책값이라는 이름의 후원금도 걷을 수 있어서다. 자신의 주변에 상존하고 있는 권력이 큰 정치인, 소위 실세(實勢)일수록 이러한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매우 잘한다. 힘 있는 사람에게 아부한다는 정치속성을 누구보다 잘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이 몰리는 또 다른 이유다.
요즘 연일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화제다. ‘누구는 몇 명이 몰렸고, 누군 국회의원 몇명이 갔다더라. 모 인사는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느니, 며칠 뒤 있을 누구의 기념회엔 얼마나 참석할 건지’ 등등. 책보다는 행사에 관심을 두고 몰려다니는 이들을 보며 ‘신중하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행동하라’는 정치인의 덕목이 다시금 생각난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