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4일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충청권 의석수 바로잡기 위한 헌법소원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충청출신 여당 의원 28명의 대표자격으로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올해 들어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을 추월했는데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에서 충청권(25석)이 호남권(30석)에 비해 5석이 적어 헌법의 평등권과 참정권을 제한한다는 게 청구취지다. 게다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도 같은 취지의 질의서를 보내 공개적인 사과와 법 개정추진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인구만 기준으로 선거구제를 조정하면 수도권이 10석 정도 늘고 오히려 충청북도는 1석이 줄어든다. 경상북도 등 지방도 전체적으로 의석이 줄어들 것이라며 정 위원의 단견을 비판했다. 분명 새누리당의 아성인 영남권을 배제한 채, 호남권만 문제 삼는 논리전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최근 꿈틀대는 충청권 대망론의 맹주경쟁에 합류하려는 정 위원의 정략적 행동이란 평가가 나오는가보다. 반면에 수도권은 너무 잠잠하다. 30년간 지속된 수도권규제란 딜레마를 풀겠다고 나선 정치인조차 없다.
최근 충청지역 정치권의 기세가 등등하다. 우선 행정수도 건설공약, 위헌결정 그리고 수정론 등 지난 10년간 정치적 논란을 거쳤던 세종특별자치시가 지난해 7월1일 공식출범했다. 비록 기초자치단체는 없지만 전국에서 17번째 광역자치단체가 탄생했고 중앙행정기관들이 속속 이전하고 있다. 인구증가도 기대된다. 게다가 비중 있는 여야 정치권인사가 포진해있다. 새누리당은 서청원·이인제·이완구·정우택 의원 등이 있고 민주당의 이해찬 의원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친노 핵심세력이다. 한편 지난 13일에는 이해찬(세종)·이완구(청양) 두 실세의원이 국회 인근식당에서 만나 세종시특별법 개정안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세종시 지원 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러한 제반 상황에 대해 한 언론은 영호남 중심의 권력구도를 충청권이 나서서 극복해보자는 ‘충청권 대망론’이 피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구증가를 명분 삼아 일으킨 선거구 증설논란은 충청권 맹주경쟁의 한 단면이지만 한편 향후 정치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비춰진다.
반면 수도권은 행정수도 건설논란이 일었던 지난 10년의 세월 속에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살아왔다. 행정수도 이전공약이 나올 때도 그러했지만 타당성에 대한 정치공방이 극에 달할 때도 항상 뒷전이었다. 충청권의 민심을 획득하기 위해 영호남에 기반을 둔 정치권이 다툼을 벌이는 사이 정작 지역민심을 담아야 할 수도권 정치인들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어쩌면 수도권정비법이란 멍에를 지고 수도권규제에 얽매어 사는 것이 서울·경기·인천 시민의 숙명으로 고착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무려 30년 동안 추진했는데도 여전히 규제가 필요하단다. 이미 세계경제는 도시 간 경쟁구도로 바뀌었고 지방분권도 도시경쟁력의 기반인데 말이다. 결국 정치경제적으로 성장한 충청권이 영호남으로 편중된 정국을 바로세우겠다고 나섰지만 이들 세 지역 모두 과소 획정된 수도권의 선거구, 다시 말해서 국회의원 의석수를 늘릴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한동안 김무성 새누리당 국회의원(부산 영도) 등 부산지역 정치권은 해양경제특별구역법 제정에 한 몸이 되어 움직였다. 해양관련 제반 산업을 활성화할 지원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균형발전정책으로 이전이 결정된 ‘해양’과 관련된 공공기관이 공교롭게 모두 부산으로 간다. 진짜 해양경제수도가 탄생하는가 보다. 결국 지난 30년간 수도권 집중 해소와 균형 발전을 위해 노력한 성과가 세력화된 특정지역으로의 정치경제적 쏠림배분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한다. 그리고 강산이 세 번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수정법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도권 정치권도 자승자박임을 직시해야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문제를 대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