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제내성 결핵’이란 게 있다. 항결핵제 중 가장 강력한 두 가지 약제, 즉 아이소니아지드와 리팜피신에 치료반응이 없는 결핵이다. 치료반응이 없다는 것은 두 약재에 내성을 가지게 됐다는 것으로, 치료 기간이 최소 18개월로 늘어나게 되며 치료 성공률도 떨어져 치료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이 같은 다제내성 결핵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부적절한 결핵치료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남한과 북한이 대화를 거의 중지하고 있는 가운데 결핵 퇴치에 힘써온 민간단체인 유진벨재단이 지난 4~5월 북한의 결핵요양소를 둘러보고 왔다.
북한 결핵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결핵약을 지원한 유진벨재단의 인세반 회장은 북한 주민들의 다제내성 결핵이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유진벨재단의 지원만으론 환자의 10%밖에 치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간재단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도 적극 도와야 한다는 인 회장의 호소에 공감한다. 이런 실정에서 경기도가 유진벨재단과 북한의 다제내성 결핵환자 치료사업에 나서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난 2일 유진벨재단과 북한의 다제내성결핵환자 치료사업 후원협약이 체결된 것이다.
경기도는 다제내성 결핵환자 치료 물품 구입비를 지원하고, 유진벨재단은 물품 구입과 반출입 및 치료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북한 내에서는 매년 1만5천여명의 결핵 환자가 치료에 실패한다고 하는데 이는 상당수가 다제내성 결핵이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공기 중으로 전염되는 결핵의 특성상 확산될 위험성이 크다. 도가 이 질병의 치료에 적극 나선 것은 남북주민 간 신뢰 회복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통일 이후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더는 장기 비전도 갖고 있다고 밝힌다.
도는 앞으로 해당사업에 대한 지원을 점차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라는 계획을 밝힌다. 또 ‘이념적, 정치적 대립 가운데서도 지켜야할 인도적 원칙에 대한 경기도의 의지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2002년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시작, 용천 폭발사고 응급 구호물자 지원, 수해물자 지원, 농업지원,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역사업과 개성한옥 보존사업 등을 실시해 오고 있다. 북한의 결핵환자를 돕는 일은 이른바 ‘퍼주기’와는 경우가 다르다. 결국은 우리의 소원인 평화통일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