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에는 지구에서 가장 태양이 먼저 뜬다는 인구 10만명의 키리바시공화국이 있다. 2년 전 이 작은 섬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급상승, 바다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며 지원을 호소하고 나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당시 환경전문가들은 현재 침수가 진행형이며 섬 전체가 잠기는 데 불과 30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온난화로 인한 환경변화에 속수무책인 나라는 키리바시뿐만 아니다. 태평양군도의 투발루나, 통가, 몰디브, 토켈라우, 사모아 쿡 제도와 솔로몬 제도와 같은 나라들 또한 마땅한 대안 없이 상승하는 해수면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이다. 그러면서 비용을 대는 데 급급해 하고 있다. 키리바시만 하더라도 사회 기반 시설을 지키기 위해 댐을 쌓는다면 9억 달러라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키리바시 정부는 960만 달러를 투자해 아예 1천400마일 떨어진 피지에 6천 에이커의 땅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전체 10만여명의 인구를 충분하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키리바시 정부는 당장 국민 모두가 피지로 이동하지는 않겠지만 언제 이주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섬 주민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다 수위 상승에 따른 해수와 담수가 섞이면서 나타나는 식수부족이다. 일부는 이미 극심한 물 부족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원인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바닷물의 팽창현상 때문이다. 온실가스는 그중 가장 큰 주범으로 꼽힌다. 기상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줄지 않으면 2100년까지는 해수면이 1.2m, 2300년까지는 2m까지 상승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또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100년엔 하와이 와이키키와 카카아코 일대가 물에 잠길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범람으로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되고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어제 인천 송도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전문 국제금융기구인 만큼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환경변화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최후의 영웅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