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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로서아 가비

 

1896년 2월11일 고종과 왕세자는 러시아 공관으로 급히 거처를 옮긴다. 을미사변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종은 그로부터 약 1년간 공관에 머물며 정사를 살폈는데 이 사건이 바로 아관파천(俄館播遷)이다. 고종은 여기서 커피와 처음 만난다. 초대 러시아 공사였던 웨베르(Waeber)의 처형인 독일여인 손탁(Sontag)에 의해서다. 이때 마신 ‘로서아 가비’(러시아커피의 옛 명칭)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최초의 커피라는 게 정설이다.

아관파천에서 돌아온 고종이 본격적으로 커피를 즐긴 건 덕수궁 내 정관헌(靜觀軒)이라는 건물에서다. 고종은 여기서 서양음악을 들으며 사발로 음미할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다고 한다. 고종은 커피를 전파한 손탁에게 정동의 건물 한 채를 하사했다. 손탁은 그 건물을 자신의 이름을 붙인 ‘손탁 호텔(Sontag Hotel)’로 개조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다. 1902년, 건물 1층에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숍 ‘정동구락부’가 들어섰고 그 이후 커피는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된다.

1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요즘 커피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2030세대는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신다”고 말할 정도로 커피를 선호하는 추세다. 따라서 수입량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간 커피 수입은 2008년 10만7천t에서 2012년 11만5천t이며 이는 성인 1인당 연간 약 293잔의 커피를 마신 것과 동일한 분량이다. 이 같은 수치는 성인들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거의 모두 하루에 한잔씩은 커피를 마신다는 의미와 같다. 국내 커피 시장의 규모도 2008년 1조천9130억원에서 2012년 4조1천300억원으로 불과 4년 사이에 2배 이상 커졌다.

수입품이 아닌 순수 한국산 커피도 나왔다. 비록 소량이긴 하지만 전남 고흥에서 재배에 성공,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3 농업농촌 6차 산업박람회에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약 8㎏이 3천만원에 직거래로 판매됐는데 100g당 가격이 40만원 꼴이다.

100g으로 10∼15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음을 감안하면 잔당 가격은 4만원 안팎이다.

그런데도 주문이 밀려 재고가 바닥났다고 한다. 커피의 마력(魔力)이 새삼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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