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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우도할계(牛刀割鷄)

 

옛날 한 젊은이가 있었다. 노모의 생신에 맞춰 돈을 모았다. 닭이라도 한 마리 푹 고아드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없는 살림에 아끼고 아껴 간신히 생신 전날 닭 한 마리 값을 마련했다. 기쁜 마음으로 마을 푸줏간을 찾았다. 노모를 봉양하느라 노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했으니 그 기쁨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드디어 장터에서 사온 닭을 꺼내 놓으며 “어머니 드시기 좋게 잘 썰어주세요”라고 주문한다. 뜨거운 물에 닭을 넣고 털을 뽑은 주인장, 부엌에 가더니 큰 칼을 가져오더란다. 그런데 커도 너무 커서 젊은이가 묻는다. “아니 조그만 닭 한 마리 토막내는데 칼이 너무 큰 거 아닙니까?” 그러자 그 주인장 자신 있게 말한다. “모름지기 사나이는 닭을 잡든 소를 잡든 큰 칼을 휘둘러야 하는 법이유. 그래야 폼도 나고 주변 사람들이 무서워하니까.” 젊은이가 말릴 틈도 없이 그 주인장 칼을 휘둘렀겠다. 잠시 후, 노모의 행복한 생신상 위에 올라갈 닭은 푸줏간 도마 위에서 처참하게 으깨졌다. 그와 동시에 젊은이의 효심도 산산조각 났다.

나중에 들려오는 말은 이랬다. 푸줏간 주인장은 얼마 전까지 생선을 잘라팔던 사람이었는데 푸줏간을 하면서 무조건 큰 칼을 휘두르는 버릇이 생겼더란다. 아마도 작은 칼에 한이 맺혔던 모양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수근거렸다나 뭐라나.

그래서 생긴 말이 ‘우도할계(牛刀割鷄)’다.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말로, 큰 일을 처리할 기능을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쓴다는 뜻이다. 또 있다. ‘노승발검(怒蠅拔劍)’이다. 파리를 보고 화를 내 칼을 빼들고 쫓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일에 화를 잘내거나 보잘것없는 작은 일에 지나치게 큰 대책을 세우는 경우를 일컫는다.

사리판단을 하지 못해 대상이 닭인지 소인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무조건 큰 칼만 휘두른 푸줏간 주인장이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근 SNS에 이런 글이 올랐다. ‘청년 국회의원 하나가 새누리당 국회의원 전부를 차렷시켰네.’ 민주당 장하나 의원 발언에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출당 촉구 규탄대회를 가진 사진을 빗댄 말이다.

하기사 정치권에만 있겠는가, 소인지 닭인지 분간 못하고 칼을 휘두르는 ‘무서운(?)’ 칼잡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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