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상흔을 품은 폭격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매향리가 이제 바닷가까지 주민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평화의 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이곳의 갯벌도 내년부터 주민들이 어업활동을 자유롭게 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 발표에 의하면 내년 3월 말까지 사격장으로 사용된 매향리 농섬 주변의 사격잔재물을 제거한 뒤 갯벌에 어장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라는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에 있는 일명 ‘쿠니 사격장’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만들어져 주한미군의 공군 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되어 왔다.
2005년 8월 사격훈련이 중단된 이후 폭격이 멈춘 지 벌써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이 지역에 대한 평화생태공원 조성 등의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경기도가 매향리 사격장 종합계획을 수립해 화성시, 국방부와 세부계획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시지탄이다. 주민들의 어업활동 보장을 위해서는 우선 농섬 인근에 남아있는 사격잔재물을 말끔하게 처리하는 일이다. 농섬 반경 0.5~2.4㎞에 이르는 지역에는 아직도 포탄과 탄피 등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라늄탄으로 논란을 벌인 적이 있기에 환경정화는 더욱 시급한 일이다.
지난해 국방부 용역 결과에서도 매향리 사격장 주변의 사격잔재물은 농섬 반경 500m 이내에 99%, 이후 지역은 1%가량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기관을 통한 확실한 제거 없이 어업활동을 재개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갯벌 속 깊은 곳에 불발탄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기에 자칫 잘못 하다가는 또 다른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혹시라도 불발탄이 터진다면 이 같은 낭패는 없다. 확실한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당초 주민들과 약속했던 평화생태공원 조성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일이다. 올해 말까지 조성할 계획이 재정사정 등으로 오는 2017년까지 연기된 바 있다. 본래 계획으로 이 사격장에는 역사관과 기념관, 생태공원 등이 설치되며 바다와 접한 지리적인 점을 이용해 사격장과 인천공항을 오가는 항로도 개설한다는 것이었다.
매향리는 지난 50여년 동안 지속된 폭격과 포탄으로 폐허가 된 땅이다. 713가구 4천여명의 인근 주민들이 겪은 각종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고통을 보상하는 길은 어장 반환과 함께 하루속히 평화생태공원을 약속대로 조성해주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 떠넘기기에 급급해서는 곤란하다. 매향리는 화성시와 경기도를 뛰어넘는 상징적인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전쟁의 상흔을 뒤로 하고 평화의 미래를 약속하는 넓은 바다로 다시 태어날 매향리를 주민들은 염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