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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말 따뜻한 회천 3동 사랑의 국수

양주시 회천3동엔 국숫집이 하나 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아침부터 다시마, 북어, 무 등 각종 재료를 푸짐하게 넣은 육수를 뽑고 이어 국수를 삶아내느라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국숫집이 있는 곳은 회천3동 주민자치센터. 이 가게의 주인은 회천3동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장협의회, 새마을남녀지도자회, 포순이어머니회, 2단지부녀회, 행전교회, 적십자봉사회 등 7개 단체다. 손님에 대한 제한도 있다. 기초수급자, 장애인, 유공자, 노인 등 자칫 끼니를 거르기 쉬운 이웃들이 주 고객이다. 그리고 국수값은 받지 않는다.

매주 수요일마다 문을 여는 이 국숫집이 시작된 것이 2004년 6월부터니 벌써 10년이 가까워 온다. ‘한분 두분 그렇게 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분들이 늘어날 쯤 배식을 하는데 정말 맛있게 드실 때 행복감으로 피로를 잊는다. 부자도 오시고, 아들딸 모두 잘되신 그 분도 나오시고, 혼자 사는 605동 할머니도 그리고 할아버지도 나오신다. 국수 한 그릇이 의미가 아니라 사람이 그리워서 또한 혼자라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그렇게 어르신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국수 배식시간을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한 봉사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이곳을 찾아오는 노인층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이들도 많지만, 먹고 살만 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점심식사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밖에 나와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안부도 묻고 사는 얘기를 하며 식사를 하는 즐거움 때문에 이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랑의 국수는 가난한 노인들의 허기만 메우는 것이 아니라 추운 겨울을 녹이고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이는 회천3동의 대표적인 사업이 됐다. 사랑의 국수라는 말이 맞다. 이 명칭이 실로 어울리는 것은 경비를 지역사회 스스로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올 겨울 역시 회천3동 새마을부녀회 등 단체, 각 업체와 식당, 초등학교, 교회 등에서 국수와 쌀, 김치, 떡, 반찬, 성금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동구 화수동의 화도고개에도 민들레 국수라는 곳이 있다.

10년 된 이 국숫집에는 목·금요일을 제외한 매주 5일간 하루 400~500명이 찾아와 무료로 식사를 하지만 역시 음식값을 받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양주시 회천3동 사랑의 국숫집이나 인천시 동구 화수동의 민들레 국수에서 제공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사람의 사랑과 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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