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퇴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밝혔듯이 세월호 침몰사고는 예방에서 수습까지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선박운항 과정, 선사운영과 해운조합, 승무원 안전관리, 감독구조 모두가 엉터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1993년 10월10일 전북 부안군 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승객 292명이 숨진 서해 페리호 사건도 이번 세월호와 거의 흡사한 유형의 사고였지만 결국 현재까지도 고쳐지지 않았다. 19년 전 사고 원인으로 지적된 과적·과승과 무리한 운항, 지도점검 미비 등이 그것이다.
선박안전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은 두 달 전 세월호에 대한 정기안전점검에서 선체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해운조합은 세월호가 화물을 과다하게 적재한 사실을 짚어내지 못해 참사를 자초했다. 모두가 한통속 봐주기가 아닐 수 없다. 두 기관 모두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이 이사장직을 독식하고 있다.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및 단체 14곳 중 11곳에서 기관장을 맡고 있다. 한국해운조합은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한국선급은 11명 중 8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끼리끼리 봐준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어떻든 우리나라 공직사회에는 이 같은 ‘관료 마피아’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재경부 출신을 일컫는 ‘모피아’는 금융관련 단체나 최근 문제가 된 저축은행 등에 포진해 이익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교육부 장·차관이나 국장급은 어느 틈엔가 지방 사립대학 총장이 돼있다. 장군 출신들은 군납업체나 무기관련 업체로, 국토부는 건설관련협회나 건설업계로 직행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또 어떤가. 승진에 안달하는 후배들의 등쌀에 못 이겨 명예퇴임 형식을 갖춰 물러난다. 즉시 산하기관의 이사장이나 높은 자리를 관례적으로 맡는다. 전문 업무와는 전혀 무관해도 상관없다. 엄밀히 말하면 봉급의 이중낭비나 다름없다.
2011년 5월에 만든 전관예우금지법도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법조계를 비롯해 공무원과 금융감독원 직원 모두 퇴직 전 근무했던 부처의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맡을 수 없게 했지만 아예 손을 놓은 상태다. 이 기회에 관료사회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공무원들이다. 정부재정 압박의 요인이 되는 연금도 평생 타고, 따로 봉급도 타며 밀회를 즐기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이를 언제까지 두고 볼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