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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chauffeur)’란 말은 유럽에서 왕족이나 귀족이 타던 마차의 마부에서 유래됐다. 요즘은 잘 훈련 받은 고급차 운전기사를 뜻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롤스로이스, 밴틀리, 캐딜락 등 최고급 차를 운전하면서 비서, 통역, 경호까지 맡는 쇼퍼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다. 영국 왕실에서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운전하는 ‘로열 쇼퍼’가 대표적이다. 항공사 파일럿을 능가하는 고액의 연봉을 받아 ‘지상의 파일럿’으로 불린다. 5년 전 우리나라에도 쇼퍼를 양성하는 전문기관이 등장해 성업 중이다.

쇼퍼스쿨에서는 이런 덕목을 가르친다고 한다. 고개를 뒷좌석으로 돌리지 말라, 불러도 백미러로만 본다, 주인을 방해하지 않는다, 주인의 거동을 모른 척 한다 등등. 철저한 복종과 비밀유지를 교육하는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운전기사는 오너의 일상과 동선을 그 누구보다도 속속들이 알게 마련이다. 특히 온갖 심부름과 궂은일까지 맡다 보니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고, 또 모르려야 모를 수도 없다. 어느 술집에 가는지, 누굴 만나는지, 무슨 내용의 전화를 하는지 도 파악할 수 있다.

고급정보를 캐기 위해선 운전기사에게 먼저 접근하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뇌물사건이 터지면 검찰은 우선 피의자의 운전기사부터 조사한다. 그만큼 수사에 필요한 갖가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다. 옛 소련에선 주요 인사들의 운전기사를 아예 KGB(국가보안위원회)에서 파견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운전기사가 뒷좌석의 대화나 통화 내용을 듣지 못하도록 방음 장치를 한 차도 나왔다. 또 이것도 미덥지 않으면 친인척을 고용하거나 자가운전이라는 자구책까지 강구한다.

운전기사란 고용주와 ‘이상한 주종관계’로 맺어지기 쉬운 탓에 곧잘 믿던 사람에게 발등을 찍히기도 한다. 상대적 상실감, 불만, 서운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런 것이지만 운전기사의 배신(?)에 곤혹을 치른 정권 실세와 정치인, 경제인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 차 안에 있던 3천만원의 돈과 서류를 훔쳐 검찰에 제출하며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여부를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사람도 운전기사다. 주종관계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비리 앞에 배신은 항상 존재하나 보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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