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刑詩(형장에 끌려가며)
/孫賁(손분)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울리는 저 북소리 목숨을 재촉하네
回頭日欲斜(회두일욕사)
머리를 돌이키니 해가 저무는구나
黃泉無一店(황천무일점)
저승에는 주막 하나 없다는데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 밤 뉘 집에서 묵을거나
어숙권의 〈패관잡기〉중에서
며칠 전 일요일 저녁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월요일에 출근하는 것을 복날 개 끌려가는 기분이라 표현을 했다. 삼십년 넘게 충성을 바쳤으나 보람 없이 허망하기만 하다는 거였다. 모두 말이 없었다. 언젠가 읽었던 이 시가 생각났다. 항간에 알려지긴 성삼문이 수레에 실려 형장으로 끌려가며 읊은 시라 하지만 사실은 명나라 손분(孫賁)이 형장에 끌려가며 쓴 시이다. 성삼문의 기개를 높이 기리기 위해 그리 전해졌으리라. 같은 사육신 이개는 형장에 끌려가며 “사직이 온전할 때 삶 또한 중하지만, 사직이 위태할 때 죽음도 영예로운 법”이라 했다. 세상이 불안하고 어지러울 때 옛사람의 기개가 더욱 그리워진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