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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뽕짝 길 지나 합장

 

사월초파일 백년 고찰 오르는 길에 때 아닌 뽕짝노래와 각설이가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각설이의 흥에 겨운 랩과 고찰을 오르는 고즈넉한 길과의 희한한 만남,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한 장의 그림이다.

부처님 오신 날, 사찰에서는 분명 큰 잔칫날이다. 그 잔칫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모여든 노점상들이 한몫 장사를 위해 전을 펼친 것이다. 오직 그들의 생계를 위해서 말이다. 지글지글 연기를 피우며 익어가는 닭 꼬치, 튀긴 닭, 삶은 돼지고기들의 화려한 희생으로 기운을 얻은 사람들이 올라 부처님 전에 합장을 하는 일. 비아그라 운운하는 각설이의 랩에 한 판 추임새를 보여주고도 부처님 전에 간곡하게 무릎 꿇고 빌어보는 소망 몇 가지. 이 또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단면이 아닐까 했다. 초를 다투며 변해가는 세속의 흐름에 맞춰 달라지고 있는 갖가지 모습들.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고찰의 모양새가 이리도 변해 가듯, 우리들의 삶 또한 살아온 삶이나 살아갈 삶의 모양새에 정답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월 땡볕이 구르는 대웅전 마당에 바람인듯 오가는 사람들. 알록달록한 겉옷에 숨겨진 그들의 번뇌는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저들도 나처럼 삶의 무게에 짓눌려 도망치듯 왔을까. 폭풍 같은 경쟁을 피해 잠시 숨어든 걸까. 생각 없이 꼬리만 살랑거리는 주인 따르는 푸들 강아지를 보다 모두가 이유 있는 외출이었을 거란 결론을 내리고, 그저 그림밖에 앉아 잠시 오늘이라는 그림을 감상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그림의 소재가 각각의 자리에 잘 배치되어 조화를 이룰 때 보기에 좋다고 한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이 소재가 되는 그림은 참 아슬아슬하고도 변화무쌍한 낯빛이다. 그 옛날 도둑고양이의 병아리 납치사건에 화들짝 놀라 마당으로 엎어지는 고양이 쫓는 사내의 사연 있는 풍속화처럼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사뭇 잘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하루하루는 참 경이롭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찰 밖 와글거리는 소리 뒤로하고 경계선 넘어 차분한 분위기. 그 시끄럽게 떠들던 흥분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도란도란 나누는 몇 몇 사람들의 대화에 섞여 떠다니는 진한 향내와 풍경소리. 이내 엄숙한 분위기다. 내면의 순간 정화를 위한 평화의 시간인 것이다.

산 속 고찰까지라도 파고들어야 살 수 있는 삶의 수단이 있는가 하면 그 사찰이라도 찾아들어야 할 만큼 매일 매일의 삶이 버거운 사람들. 물론 유유자적 여유를 즐기기 위한 상춘객 또한 함께 하는 세상사. 그 모두가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인 것이다. 한 장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진 오늘 내가 본 풍속화의 한 장면인 것이다. 놀라 접어든 뽕짝노래길 지나 오롯이 두 손 모아 합장하고 가다듬은 마음 다시 뽕짝노래길 지나 와글와글 시끄러운 세상 속으로 유유히 걸어가고 있다. 또 얼마간의 시달림을 감당하기 위하여, 보다 다양하고 멋진 그날그날의 풍속화를 위하여.

▲에세이 문예 등단 ▲한국 에세이 작가연대 회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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