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종식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가히 국가적 재난상황이다. 이 질병의 진원지인 평택에서 발생하여 경기 서울 등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여행을 다녀온 1번 환자로부터 삽시간에 퍼진 지독한 바이러스.
이 시점에 급속하게 퍼진 이유와 확산경로는 있을 것이다. 옛날에 마을에 괴질이 돌면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환자들을 격리했다. 그 당시 격리의 개념은 마을과 상당히 떨어진 외진 골짜기를 선택하여 내다 버림의 수준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조선 순조 때, 괴질이 창궐한 적이 있어 사료에 다음과 같이 기록이 전한다. “평양성 내외에 지난달 그믐께 홀연히 괴질 돌림병이 돌아 토사 관격하여 경각에 죽다. 10일 동안 천(千)여 가구지의 약이 효과가 없고, 구제하는 기술이 없다. 기도(祈禱)를 행하여도 잠잠한 기미가 없고, 점점 각읍과 동리로 퍼지다. 이 질병(疾病)을 만난 자는 먼저 반드시 통주(洞注, 설사가 멎지 않는 병)하며 이어 궐역(厥逆: 찬 기운이 머릿골을 범하여 머리와 이가 아픈 증세)의 기운이 다리로부터 배안으로 침입하여 경각의 사이에 살아남는 자 10명 중 한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처음 서쪽 변방에서 시작하여 도하, 각 도의 집집에 전염하는 것이 불이 번지는 것과 같고 치료의 방법이 없다. 재상 이상 사망이 10여 명, 일반서민은 십만여 명에 이르다. 그 중 평안도가 더욱 심하다. 대개 중국(中國)동북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 하다. 이 괴질, 돌림병이 평안, 황해양도에서 더욱 치열하므로 전염병 제사 및 위안제를 지내다. 평안부에는 전염병 제단을, 모란봉과 대동강(大洞江)에서는 양재제(穰災祭)를 설행하다. 돌림병이 심히 괴이하므로 경범 죄수를 석방하다.”(조선 순조21년[1821년], 8월. 당시 괴질인 콜레라 발병 기록)
촌각(寸刻)을 다투는 상황일수록 총력을 발휘하여 즉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생명과 관련된다면 비상시국의 개념으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 대응 매뉴얼이 있다손치더라도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국가기관은 질병관리본부임에는 분명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존의 매뉴얼보다 더욱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절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괴질의 확산은 쉬쉬해가며 덮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 바이러스가 눈에 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무슨 감각으로 인지 가능한 사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접근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식의 소치요 복지부동하는 안일한 태도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괴질, 혹은 전염병은 인간사에 항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이 시점에 누가 누구를 비난하겠는가? 그와 동시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정보와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 그렇게 경로과정을 추적하여 적절하고도 분명히 대응해야만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믿음직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제는 서로가 손가락질하며 비난할 때가 아니다. 서로를 격려해야 한다. 국민은 정부를, 정부는 하부 기관을, 질병본부는 병원을, 병원은 본부와 환자를, 환자는 병원과 정부를 비난할 일이 아니라 서로들 이해하고 격려하며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괴질의 발생은 우리의 대처가 한계일 수밖에 없는 자연의 섭리가 작동한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