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변화의 속도를 고속도로 위의 자동차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가장 빠른 것은 기업으로 시속 160㎞이고, 이어서 시민단체 140㎞, 가족 95㎞, 노동조합 50㎞, 정부관료조직 40㎞, 학교 15㎞, 국제기구 8㎞, 정치조직이 5㎞로 뒤따르고 있다. 맨 꼴찌는 1.5㎞로 달리는 ‘법’이라고 비유하면서 흔히들 ‘법은 살아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급변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간신히 목숨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법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행복지수 7년 연속 최하위, 상호관계와 소통능력 최하위, 자살률 세계 최고, 욕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청소년 불과 5.4%, 엽기적 학교폭력,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인성 문제가 더 이상 방치돼선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법제화로 이어져 지난 7월 21일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됐다. 이에 대해 ‘인성교육을 법으로까지 만들어서 해야 하는가?’라는 자괴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법 없이도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인간관계가 모두 ‘인성교육의 장(場)’이 되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문제는 법이 제정되었다고 저절로 인성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상당수 학원과 민간자격증 업체들이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여 인성교육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성교육의 법제화를 계기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세계 최초로 법에 따라 인성교육을 의무화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의 기본 윤리와 도덕이 붕괴되었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인성교육을 위한 학교교육의 체계화, 가족공동체의 회복, 마을교육공동체의 복원을 위한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시기에 맞추어 교육부는 인성교육 네트워크 사업을 공모했다. 이 사업은 교육지원청과 공공기관, 민간단체, 기업 등 지역사회와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속적인 인성교육 기반을 구축,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의 실현 사업이다. 전국에서 13개 교육지원청이 선정됐는데 여주교육지원청도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인성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가정이 더 중요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마을교육공동체가 함께해야 한다. 여주는 경주, 서울 다음으로 문화유산이 많은 곳이다. 따라서 여주의 인성교육은 이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인성덕목을 자기존중, 자기조절, 성실, 정직, 지혜, 정의, 예의, 소통, 배려, 책임, 시민성으로 세분화하고, 각각의 덕목을 체험할 수 있는 단체로 신륵사(자기존중), 정신건강지원센터(자기조절), 청소년문화의 집(성실, 책임), 대로서원(정직, 지혜), 수원보호관찰소 여주지소(정의), 명성왕후생가(예의), 여주대 소통교육센터(소통, 배려), 세종대왕 영릉(시민성-나라사랑), 여주문화원(시민성-지역사랑), 다문화가족지원센터(시민성-다문화)를 지정하였으며, 여주학생야영장, 서봉서원, 여주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종합캠프를 실시하는 등 인성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그리고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학생특별시-여주’를 선포했다. 학교와 가정 안에 머물러 있는 인성교육을 범사회적으로 확산시켜 여주시민이 함께 인성교육에 동참하자는 운동이다. 인성교육은 교실에서 말로 가르치고 배우는 지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는 체험활동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인성은 인위적으로 교육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즐거움 속에서 체험하고 깨달아야 한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21개의 뛰어난 문명 중에서 19개는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도덕적 쇠락으로 멸망했다’고 분석했다. 아이들의 인성이 우리 문명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인성교육을 위한 여주의 작은 날갯짓이 나비효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