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한국-호주 국제교류전 ‘뉴 로맨스’展
국립현대미술관은 호주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내년 1월 24일까지 서울관에서 한국-호주 국제교류전 ‘뉴 로맨스(New Romance)’를 연다.
지난 22일부터 진행된 ‘뉴 로맨스’전은 한국과 호주에서 뉴 미디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14명의 영상, 설치, 퍼포먼스 작품을 입체적으로 선보이는 전시로, 기본 아이디어와 전체 구성은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에서 출발한다. 1984년 발간된 이 소설은 사이버 스페이스를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로 그려낸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원제인 ‘뉴로맨서’가 아닌 ‘뉴 로맨서(New Romancer)’로 종종 오인돼 소개됐다.
전시는 바로 이 문화전달 과정에서 빚어지는 오독에서 착안했다. 최근 기계미학과 뉴미디어 분야에서 나타나는 ‘낭만성’이 ‘뉴로맨서’가 ‘뉴 로맨스’로 우연히 의미가 탈바꿈되는 과정과 연결된 것으로 본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원작의 거대 SF 서사구조를 전시공간에 도입했다. 전시 공간을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설정해 관람객이 이 신세계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미지의 생명체와 조우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전시장을 들어서기 전 강애란의 거대한 책이 사방으로 뿜어내는 시구들을 만난다. ‘뉴로맨서’와 ‘로맨스’ 사이의 간극을 ‘뉴로맨서’의 텍스트와 낭만적 영미시의 하이퍼텍스트로 채운 설치작품이다.
전시실 입구에는 자신의 신체를 사이버네틱스의 실험실로 삼는 아티스트 스텔락의 ‘확장된 팔(Extended Arm)’이 허공에 매달려 관객을 맞는다. 디지털 기술과 조각을 결합한 작가 패트리샤 피치니니는 생김이 다르기 때문에 소외되고 고통 받는 존재들을 따뜻한 눈길로 감싸 안아 우리와 공존하게 한다.
이기봉 작가는 자연 현상을 공학적으로 재해석한 ‘만년설’을 최초로 공개한다. 작가의 손을 본뜬 기계 팔이 반복된 동작으로 작고 둥근 원을 유리판 위에 무수히 수놓는 키네틱 작품으로, 4개월이 넘는 전시기간 동안 이 원들은 무수히 겹쳐져 눈보라처럼 혹은 거품처럼 전시장 벽을 뒤덮는다.
이상현 작가는 일제로부터 이식받은 한국의 근대화와 자본주의 초창기 양상을 수많은 영상자료와 사진, 음악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어 재구성한 작품 ‘조선 신 연애’를 선보인다.
이 밖에도 레베카 바우만, 이안 번즈, 헤이든 파울러, 이소요, 정승, 웨이드 메리노우스키, 양원빈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문의: 02-3701-9500)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