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내각 구성이 마무리됐지만 금융당국 수장 인선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금융감독권한을 둘러싼 조직개편 논의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 그 이유로 지목되는 가운데, 유관기관들은 생존을 걸고 치열한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뚜렷한 내용 없이 소문만 무성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선 직후 사의를 표명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후임 인선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며 홍성국 전 국회의원과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하마평만 무성하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달 5일 이 원장의 퇴임 이후 한 달 넘게 수장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조직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인사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 왔다. 국정기획위원회는 현재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기능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홍근 국정기획위 기획분과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직개편의) 기본 방향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연설 등에서 발표했던 내용”이라며 “(정책 기능이) 기재부와 금융위로 나뉘어 있는 문제 등이 여기에 포함되며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유관기관들 사이의 '밥그릇 싸움'도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정위에 신용·자본·유동성 규제 권한과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 등을 한은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제출했다. 금감원과 금융위도 국정위, 국회 관계자들을 만나 조직의 존치 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전방위적 로비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유임설도 나온다. 국정위의 초안에 따라 조직개편이 이뤄질 경우 금융위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돼 김 위원장이 업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수장 교체로 인한 리더십 공백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위가 대통령의 칭찬을 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유임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금리 규제 등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을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이달 4일 충청 타운홀 미팅 당시 권대영 사무처장에 대해서도 "부동산 대출 제한조치를 만들어낸 분"이라며 "잘하셨다"고 칭찬한 바 있다.
다만 강 대변인은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으며 유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금융위 역시 대통령의 정책 주문에 발빠르게 움직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이 대통령이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간 패가망신한다"며 불공정거래 엄단 의지를 드러내자 지난 9일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등을 담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또 지난 4일 열린 충청권 타운홀 미팅에서 이 대통령이 "소상공인 정책 체감도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하자 나흘 뒤 성실히 빚을 갚은 채무자의 공공정보 공유 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정책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조직개편과 수장 인선 작업이 길어지면서 금융권의 혼란은 점점 커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개편 논의가 길어질수록 수장 인선도 미뤄지고 감독체계는 실질적 공백 상태로 방치될 수 있다”며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개편 논의와 인사를 분리해 신속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