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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

                                     /고영



현관 도어록 속에

누가 새를 가둬놓았을까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놀라게 할 마음 따윈 더욱 없는데

자꾸 새가 운다



만지면 만질수록

소스라쳐 울기만 하는

가엾은 새여,



우리 아직 포기하지 말자!



도어록을 부수고

새를 꺼낸다



- 시집 ‘딸국질의 사이학’ / 2015, 실천문학사

 



 

문명이란 인간의 이기로 도용되거나 착취당하는 것이 많다. 새소리니 핸드폰 원음으로 사용되는 물소리 바람소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소리는 순수다. 새소리는 자긍심이다. 새소리는 순수한 인간의 상징이다. 그 누구도 간섭하거나 멈추라고 할 수 없는 이빨 하나 들어가지 않는 치외법권지역 같은 곳이어야 하나 새소리는 도어록에 갇혀 있다. 순수한 인간이 도어록에 갇혀있다. 몇 볼트 짜릿한 신호에 의해 작동되는 도오록의 부품이 되어 있다. 기계화 되어 있다. 이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시인의 예리한 시각이 돋보이는 시다. 시 한 편으로 현대인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고영 시인은 나타낸다. 도어록을 부수고 새를 꺼낸다는 상징적 행위를 거침없이 한다. 시인이 왜 무서운가를 왜 고집이 샌가를 보여준다. 왜 더러운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늘 좋은 시로 세상을 감동시키는 시인의 일면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연민이란 시다.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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